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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후감

[독후감]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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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아널드 새뮤앨슨
[저서] 뜨내기를 위한 멕시코, 하나도 너무 많아..
편 집 : 다이앤 다비
옮긴이 : 백정국
[번역] 햄릿, 톨스토이가 싫어한 셰익스피어..
발행일 : 2015년 6월 5일
 
[다이앤 다비의 서문]
 
1981년 아널드 새뮤앨슨이 사망하고 그의 딸 다이앤 다비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원고 뭉치가 담긴 박스를 발견했다. 박스에는 새뮤앨슨이 헤밍웨이에게 글쓰기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1934년 헤밍웨이를 만나보겠다는 일념으로 키웨스트에 내려갔다가, 1년 동안 그의 가족과 함께 키웨스트와 쿠바에 머물면서 헤밍웨이 조수 노릇을 하며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와 항해일지, 사진, 수시로 썼던 원고가 들어있었다.
 
새뮤앨슨은 헤밍웨이와 보낸 시간에 담긴 일화를 원고로 정리하여 출판할 계획이었으나 끝내 출판하지 못하고 헤밍웨이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사망했다. 다이앤 다비는 우연한 기회에 '어니스트 헤밍웨이 서간 선집' 서평을 접하고 아버지의 원고를 놓고 고민했다. 헤밍웨이의 작품 대부분과 그의 행적에 대한 글을 거의 다 읽어본 후에 아버지가 남긴 회고록이 그것들 사이에 끼어들 여지가 있음을 확신하고 원고를 정리 편집했다. 또한, 아버지 당신의 경험이 전도유망한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헤밍웨이]
 
1934년 봄, ’횡단 여행‘을 읽은 22살 청년 새뮤앨슨은 작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열정을 새롭게 무장하고, 무작정 헤밍웨이를 만나러 3,200km를 이동해야 하는 키웨스트로 떠난다. 헤밍웨이를 만나기만 하면 잠깐만이라도 글쓰기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키웨스트는 빈촌이었지만,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저택을 짓고 살고 있었다. 키웨스트에 도착해 야외에 아무렇게나 잠을 자고 있었는데, 경찰이 발견해서 시 교도소 유치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이유였다. 새뮤앨슨의 키웨스트 임시 보금자리는 유치장인 것이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헤밍웨이 집을 수소문했다. 원주민들에게 헤밍웨이는 비교적 평판이 좋았다. 그래서 집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헤밍웨이의 집을 찾아 현관문을 두드렸더니 그가 성가신듯한 표정으로 나왔다. 만나자마자 할 말들을 연습했었는데 말문이 막혀 아무 말 못 했다. 헤밍웨이가 먼저 ”무슨 일이오 “ 물었다. ”그냥 방문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다. 그는 덩치가 크고 턱은 묵직했고 시커먼 수염이 풍성해서 흡사 싸움꾼의 면모가 엿보였다.
 
선생님의 ’횡단 여행‘을 읽고 선생님과 얘기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이실직고했다. 그의 태도가 부드러워지더니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시내 볼일이 있다며 차에 타라고 했다. 차 안에서 출판한 적이 있는지, 대학은 다녔는지, 등을 여쭸다. 다음날 다시 만나러 갔을 때,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 여행’에 대한 감상을 얘기했더니 헤밍웨이는 ‘횡단 여행’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을 대충 설명했다. 소설을 써 본 적 있냐는 질문에 습작을 많이 했지만, 쓰레기 같아서 우울했는데 그때, ‘횡단 여행’을 읽고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글쓰기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절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라는 걸세.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 하면 안 돼. 내일을 위해 조금은 남겨 둬야 하네. 멈춰야 하는 시점을 아는 게 핵심이야. 쓸 말이 바닥날 때까지 버티지 않도록 하게. 글이 술술 풀려 얘기가 재미있는 지점에 이르고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이 오면 바로 그때 멈춰야 하네. 그리고는 원고를 그냥 놔두고 생각을 끄게나. 나머지는 자네의 잠재의식한테 맡겨둬. 다음 날 아침잠을 푹 자서 기분이 상쾌해지면 그 전날 쓰던 것을 다시 쓰도록 하게. 그럼 그 재미있는 지점에 다다를 거고, 또 다음 장면이 예측되겠지.. 그 지점에서 계속 전진해. 그러다가 또 다른 재미의 정점에서 멈추는 거야. 그런 식으로 써나가면 탈고했을 때 자네의 글은 재밌는 부분들로 가득할 것이고, 장편을 쓸 때도 절대 막히는 일 없이 얘기를 재미있게 꾸려갈 수 있다네. 매일같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전부 다시 쓰게.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쓰기 전에 바로 앞, 두세 장 정도를 되짚어 읽어본 후에 시작하게. 그리고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한 덩어리가 되는 거라네. 검토할 때 잘라버릴 만한 건 모조리 잘라버리게. 무얼 내팽개쳐야 할지 아는 게 핵심이야. 잘하고 있는지는 뭘 버리느냐에 달려 있다네. 다른 작가가 쓰더라도 정말 재미있겠구나 싶은 걸 내버릴 수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걸세. “
 
”또 하나, 절대로 살아 있는 작가들과 경쟁하지 말게.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으니까.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죽은 작가들과 겨루게. 그들을 따돌릴 수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여겨도 무방해. 좋은 작품은 몽땅 읽어둬야 해. 그래야 이제껏 어떤 것들이 쓰였는지 알 수 있을 테니. 자네의 얘깃거리가 누가 이미 다룬 것이라면 그보다 더 잘 쓰지 않는 한 자네의 이야기는 초라할 뿐이야. 어떤 예술이든 낫게 만들 수 있다면 뭐든 훔쳐도 괜찮아. 단, 언제나 아래가 아니라 위를 지향해야 해. 그리고 남을 흉내 내지 말게. 문체란 말이야, 작가가 어떤 사실을 진술할 때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라네. 자기만의 문체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남들처럼 쓰려고 한다면 자기만의 어색함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어색함도 아울러 갖게 돼. “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애정을 듬뿍 담아 전해줬다. 그리고는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마주 앉았다. 그는 추천 도서 목록을 적었다. 새뮤앨슨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창작할 수 없을 땐 어떡하죠?“ ”창작이란 꾸준히 써가면서 터득하는 거야. 스티븐 크레인의 블루호텔을 비롯한 열댓 권의 책 목록을 제시했다. 그리고는 서재에 있던 ’무기여 잘 있거라‘와 스티븐 크레인의 ’단편 선집‘을 주면서 다 읽으면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튿날 책을 다 읽고 돌려주러 갔더니 뭐 할 거냐고 물었다. 새뮤앨슨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대답하고는 글쓰기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헤밍웨이가 새로운 보트를 구입하는데, 보트를 지키고 잠을 자 줄 사람이 필요한데, 바쁜 일 없으면 함께하자고 제의했다. 좋다고 말했더니, “큰 돈벌이는 되지 않겠지만 좋은 경험은 될 걸세. 출항할 때마다 우리와 같이 낚시도 하고 말이야. 고기 낚는 법도 배우고 뱃사람의 도제 살이 같은 것도 해보게 될 테니, 여길 떠나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 조금은 수월할 거야” 흔쾌히 승낙했다. 헤밍웨이는 새뮤앨슨에게 믿음직함을 발견했다. 그렇게 서로 승낙하고 보수도 책정했다.
 
[수업]
 
일과의 대부분은 헤밍웨이와 함께 바다에 나가 돛새치 낚시하는 것이었다. 허탕 칠 때도 많았지만, 가끔 큰 돛새치를 잡았을 때도 끌어올리다가 상어에게 다 물어 뜯겨 대가리만 남기도 했다.
 
헤밍웨이가 새뮤앨슨 글의 샘플을 보고 싶다 해서 신문 편집자가 칭찬한 신문 기고 글 하나를 줬다. 다음날 낚시 나가며, “자네가 준 거 읽어봤네” “걱정할 거 없어. 나도 자네 나이 땐 그런 형편없는 걸 글이라고 썼으니까. 작가는 다 그래. 글 쓰는 법을 터득해야 해. 처음 써본 이야기가 팔린다는 건 작가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이라네. 똥 같은 걸 팔게 되면 똥 같은 걸 계속 쓰게 돼. 행여 글이 나아진다 해도 독자들은 언제나 첫인상으로 그 작가를 기억하지”
 
[괜찮은 작품을 어떻게 쓰나]
 
헤밍웨이는 자신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누구의 입맛에 맞춰 글을 써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즉, 신문이나 잡지의 취향에 맞춰 쓰면 먹고 살 방편은 되겠지만, 쓰레기 같은 글이 된다고 말했다. 정말 제대로 쓰고 싶다면 어떤 잡지에 보내건 간에 이야기를 거기 입맛에 맞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작가는 자기의 생각과 방향으로 쓰는 거지 출판사 편집자가 원하는 대로 쓰면 안 된다.
 
[세상에 못 해먹을 짓]
 
돛새치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어느 날, 새뮤앨슨이 헤밍웨이에게 물었다. “하루에 몇 단어나 쓰세요?” “대중없다네” 그가 답했다. “많이 쓸 때도 있고 한 자도 못 쓰는 날도 있지” 버나드 쇼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적어도 하루에 1,000 단어는 써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그건 너무 많아, 무지하게 잘 써지는 날에는 1,000 단어도 쓸 수는 있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펌프질해대면 밑천이 바짝 말라 똥 같은 거나 쓰게 돼. 하루에 500 단어만 써도 일 년이면 18만 단어, 소설 두 권 분량인데, 그걸 실어줄 출판사는 없어.” “작가라는 직업은 힘들어. 세상에 못 해먹을 짓이야. 아무렇게나 끄적거려서 돈 벌 수 있다면 누구나 다하게.”
 
“글 쓰는 게 꿈이었나요?” “그랬지, 지금 자네한테 필요한 건 눈을 이용해서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래야 쓸 때 그것들을 고스란히 나타낼 수 있어. 어떤 하나를 다른 것과 비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네.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지. 모든 것이 고유하다네. 내가 쓰는 방식을 자네한테 교습할 생각은 없어. 절대적인 글쓰기라는 게 있지. 그걸 가르쳐주면 나중에 자네 나름의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을 거야.”
 
돛새치 한 마리 잡아서 항구로 돌아오던 중, 새뮤앨슨이 헤밍웨이와 낚시한 일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더니 승낙했다. 새뮤앨슨은 몇 날 며칠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서 내밀었다. “자네의 문단은 지나치게 짧아. 활자로 찍혀 나오면 정신 사나워 보여. 그리고 문장도 너무 짧아. 짧은 문장을 써야 할 때가 있지만 때를 가려 쓸 줄 알아야 해. 짧은 문장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건 단조로운 기계 망치질 같아서 독자를 피곤하게 해. 또 하나, 자네는 누구에 대해 쓰기 전에 그 사람을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람의 관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네의 사사로운 반응을 섞지 않고 그 사람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요령을 터득해야 해. 자네한테 지금 필요한 건 문장에 매달려 문장을 문단으로 쌓아 올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거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청새치 시즌이 돌아와 헤밍웨이를 따라 쿠바의 아바나로 낚시터를 옮겼다. 적어도 이곳에서 몇 개월 동안 낚시를 할 예정이니 낚시는 이제 본업이 된 것이다. 새뮤앨슨이 항해일지를 쓰겠다고 제의했다. “좋은 연습이야. 자네나 나나 똑같은 걸 보지. 무엇을 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쓴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네. 누군들 못 보겠나.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지. 항해일지를 쓰다 보면 내가 어떻게 기록하는지 보게 되고, 무얼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배울 거야. 치밀해지는 법을 배우고, 문장을 다루는 요령 같은 것도 배우게 될 걸세. 내게도 도움이 되고 말이야. 구술 연습이 되니까.”
 
“소설을 쓰기 위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무엇이죠?“ “전쟁, 전쟁은 많은 위대한 작가들을 탄생시켰지. 혹은 불행한 유년 시절, 실연, 남에게 벌어지는 나쁜 일이 작가에겐 거반 다 좋은 일이야. 그리고 마흔이면 사람들은 실수하기 시작하지만, 작가의 정신은 명료해진다.”
 
[소박한 낱말이 최선]
 
10월이 되어서 쿠바의 아바나 낚시를 철수하고 키웨스트로 돌아왔다. 키웨스트에서는 심심해서 낚시하는 정도로 바다에 나갔다. 새뮤앨슨이 질문했다. “저의 가장 큰 문제는 근사한 단어들을 지나치게 많이 쓰려고 해요.” “자네만의 문제가 아니야. 최상의 글쓰기는 절대 바뀌지 않아.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 중에서 필요한 어휘를 고르게. 그것들은 수 세기의 검증을 거친 말들이야. 소박한 낱말이 언제나 최선이라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정말 고된 짓이지. 자네는 그걸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거야. 글이 나아질수록 더 힘겨워져. 자네에게 필요한 건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거야. 하루에 적어도 250 단어는 쓸 수 있어야 해. 그 정도면 충분해.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눈과 귀를 사용하는 거야. 모든 사물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게. 그들이 하는 모든 말에 귀를 기울여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각 단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기억해 두게.. 자네는 자아에 대해 감수성이 예민해. 그건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지. 그러나 타인에 대해서도 감수성이 예민해야 하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알 수 있어야 해. 자신의 경험이나 고생담 같은 것은 신경 쓸 거 없어. 오로지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게.”
 
헤밍웨이와 헤어질 시간이 되어 배낭을 정리하고 마주 앉았다. 헤밍웨이가 말을 꺼냈다. “자네가 꼭 극복해야 하는 건 낙심하는 일이야. 자네한테 필요한 건 정신적인 담력을 키우는 일이야. 하늘이 무너져도 낙심하지 말게. 산문을 쓰는 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야.” ”집에 도착해서 소설이 써지지 않거든 밖으로 나가 뭐든 보고 그걸 종이 위에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 사람들한테 말을 걸어서 그들이 말하는 걸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써. 그러면 자네의 마음도 자동으로 대화를 들으려고 집중할 걸세.. 귀를 잘 발달시키면 마음이 체를 치듯 움직여 써먹지 못할 것은 잊어버리게 되어 있어. 좋은 글을 읽어서 좋은 감식력을 키우게.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네.“
 
[’헤밍웨이의 작가수업‘을 마무리하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구미가 확 당기는 제목이었다. 헤밍웨이에게 글쓰기 공부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그냥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새뮤앨슨이 헤밍웨이와 1년간 낚시를 하며 보낸 시간 동안 항해일지가 책 구성의 7할이다. 그중에서 둘이서 구술로 나눈 글쓰기 관련 내용만을 간추렸다. 이는 저 자신의 관심사이니만큼 독후감을 쓰기보다는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또한,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책의 내용이 대부분 낚시하는 이야기인데, 소설이 아니라 항해일지를 기본으로 하여 편집된 내용이어서 헤밍웨이의 습관이나 낚시 능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독후감을 쓰는 입장에서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헤밍웨이의 명작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 헤밍웨이 자신의 경험으로 생각지 않았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거나 지켜보며 얻은 간접 체험을 소설로 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럴 일이 없다. 헤밍웨이는 낚시광이었으며, 우월한 능력의 낚시꾼이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감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헤밍웨이의 낚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 잠재되어 있던 그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안길 수 있는 내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막연하게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로만 인식되었던 헤밍웨이에 대하여 더 깊은 애정과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은 행복한 일이다.
 
헤밍웨이의 가르침 중에 작가의 나쁜 습관을 지적해 준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새긴다. 다름이 아니라 근사한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려고 하는 습성에 대해, ”소박한 낱말이 언제나 최선이라네.” 꼭 저한테 해주는 말인 것 같아서 이 작품은 이 한 마디를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새뮤앨슨의 딸 ’다이앤 다비‘의 편집 의도는 그 역할을 다하고도 덤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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