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따뜻하고 예쁜 봄을 만나기 위해 봄마중을 나선다. 그런데 그 길이 만만치 않다.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장거리 산행이어서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털어내기보다는 더 지치게 만드는 역설이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봄이야 만나겠지만, 내 마음에 묵혀 있던 미운 감정들은 어떻게 덜어낼까.
솔직히 세상 살면서 사람을 그리 미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간간이 가슴에 옹이처럼 박혀있는 미운 감정들이 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삭여낼 수는 없겠지만, 상처가 있는 듯 마는 듯 연하게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마라톤을 하거나 장거리 산행을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상처들을 긴 호흡으로 만지고 달랠 수 기회를 얻게 된다. 몸을 비틀어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인 셈이다.
미운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인간의 영역 밖이다. 다만, 미운 감정이 최소화되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젊었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미운 감정이 생겼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미운 감정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었으니 얼마나 통제가 힘든 일인가. 그러나 나이를 먹어보니 미운 감정이 훨씬 줄어들고 아내한테도 미운 감정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들 때가 더 많다. 고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미운 감정을 줄여 나가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단정한다.
마냥 젊기보다는 적당히 나이를 먹는 게 편할 때가 많다. 새롭게 만나게 될 봄은, 나 자신이 한층 더 숙성되어 미움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품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런 만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자. 행여 미움이 생기거든 달리거나 산행을 하면서 있는 둥 마는 둥 삭여내자.
[산행 일시] 2025년 3월 2일
[산행 경로] 양재시민의 숲 역 - 양재동 화물터미널 - 옥녀봉 - 매봉 - 이수봉 - 국사봉 - 발화산 - 바라산 -
백운산 - 시루봉 - 형제봉- 경기대 - 광교역 (28km)
[산행 시간] 1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