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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대모산, 구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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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도심의 산에도 봄물이 돋는다. 하지만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길은 진창이 되어 미끄럼 사고가 잦다. 앞서가던 초로의 산객이 넘어졌다. 외상은 크지 않아 보였는데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한 게 예사롭지 않다. 함께했던 친구가 부축을 하고 다른 산객이 119를 불렀다. 산은 언제나 겸손으로 무장을 하고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유달리 추웠던 겨울을 견뎌낸 진달래 꽃봉오리를 연둣빛 감상이 둘러싸고 있다. 버들강아지 보송보송 깃을 세우고, 매화 꽃봉오리 간지러워 더듬거리는, 칡뿌리가 몸을 풀고 살을 찌우는, 화분에 묻어뒀던 수선화가 뾰족뾰족 파란 영혼을 싹 틔우는, 얼음 풀린 호수에 윤슬이 유난히 넘실거리는,  깡다구 있게 버티던 서릿발이 햇볕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2월.

 

봄이 머지않았다.

봄은 어설픈 감상이 아닌 사랑이다.

그 사랑은 온유함과 따뜻한 배려가 있는 아름다움이다.

 

[산행 일자] 2025년 2월 16일

[산행 경로] 수서역 - 대모산 - 구룡산 - 능인선원(7.8km)

[산행 시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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