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애인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고 퀭한 눈을 비비며 덕유산에 오른다. 산호초를 닮은 상고대를 만나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만나지 못해 서운함을 감출 길 없다. 하지만 남덕유산 방향으로는 운해가 가득 차 올라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향적봉에는 그를 만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덕유산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을 뿐, 그를 찾은 사람들은 안달하며 매달린다. 덕유산 향적봉은 일반 여행객들도 곤돌라를 이용해 접근이 가능하므로 휴일이면 많은 인파로 가득하다. 향적봉 정상석에 기대어 인정숏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은 또 하나의 풍경이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이어가는 산행 길에 상고대 터널을 만날 때는 예사롭게 생각했었다. 겨울 덕유산은 언제나 산호초가 가득한 모습이었으니 으레 껏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이번 덕유산행은 바람도 많지 않고 밋밋하니까 싱거운 맛이다.
덕유산의 겨울이 이렇게 온순해도 될까 싶지만, 자연이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이려니 생각할 밖에.
오수자굴로 하산하면서 상고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새긴다.
사랑하는 당신!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다시 일 년을 기다릴게요.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 오늘은 이쯤에서 행복한 발걸음을 돌린다.
[산행 일시] 2024년 12월 25일
[산행 경로] 무주리조트 - 설천봉(곤돌라 이동)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탐방지원센터(12km)
[산행 시간] 5시간 3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