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 行

북한산 원효봉

반응형

왜 사느냐고 묻지 마라. 어찌 살 거냐고도 묻지 마라. 내일은 의미 없는 시간이니 지나가는 바람결에 잘 살았다고 귀띔해 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눈이 맘껏 내린 산에는 삶의 갈무리를 제대로 추스를 겨를도 없이 소나무들이 습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리가 꺾였다. 
 
친구는 필부는 필부답게 살고 싶을 뿐, 이념이나 종교, 사상에 얽매여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사상이나 이념, 종교마저도 황금이 지배하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하여 아등바등 사는 것은 원치 않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잠시 머물렀던 티르키에의 아우타르키한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낯설고 물 선 그곳에서는 자기만의 자유를 오롯이 향유할 수 있으니 베율(파라다이스)이라고 단정하고 꿈속에서 품는다.
 
한 마디 꼭 집어주고 싶다. 이 세상에 베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개와 같아서 보이는 것 같지만 막상 찾아가면 범부의 일상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것은 행복을 좇아 품어 안는 순간 이미 행복은 그 자리를 털고 떠나는 인간 삶의 굴레와 다르지 않다. 
 
친구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재미를 탐구하며 노래를 즐기는 것. 그것만이 삶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일어나는 갖은 일들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왈가왈부하기보다는 그러려니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마음을 정했다.
 
들개와 야생 고양이들은 그들의 베율을 찾아 원효봉 정상에 올랐지만, 산을 찾은 인간에게서 먹이를 구걸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 그들은 행복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그저 생존을 위한 먹이를 구걸할 뿐이다. 결국 인간의 삶도 처절하게 단순화해 가면 행복의 감정을 구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나저나 그들과 애처로운 눈빛을 맞춘 인간들은 그들이 닥쳐 올 혹한의 추운 겨울을 어떻게 버텨낼까 걱정하며 산을 내려온다. 그들은 스쳐가는 인간들의 씁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 길에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마음을 전한다. 당신이 찾는 베율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라고 훈수를 잊지 않는다.
 
[산행 일시] 2024년 11월 30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센터 - 북한동 - 상운사 - 북문 - 원효봉 정상 - 북문 - 효자비 - 북한산성 탐방센터(8.5km)
[산행 시간] 3시간 40분
 

백운대 만경봉 노적봉
북문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10) 2024.12.26
북한산 영봉  (12) 2024.12.09
소요산(동두천)  (14) 2024.11.25
서울대공원 둘레길  (7) 2024.11.18
청계산 이수봉  (13)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