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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2024 동대문 마라톤(Half-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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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가을이 태풍의 힘을 빌어 기운을 냈다.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물러갈 기세가 없어서 은근 걱정했었다.  며칠 전에는 미사리에서 마라톤 대회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대회 도중에 중단했던 일도 있었다. 9월의 기온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더위였다. 
 
대회 하루를 앞두고 태풍이 불어 더위를 밀어냈다. 하루아침에 기온이 섭씨 10도 떨어졌다. 가을이 뜸도 들이지 않고 냉큼 다가서는 걸 보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설익은 밥처럼 또다시 더위와 실랑이를 벌일지는 몰라도, 대회 당일 마라토너에게는 이만한 행운이 없다. 하늘은 높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니 드디어 마라토너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대회 진행이 어수선해 출발이 엉망이 되었다. 마음을 다잡고 달리는데, 다리가 조금 무겁긴 해도 달릴만했다. 폭염을 무릅쓰고 간간히 연습했던 에너지가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던가 보다. 레이스를 이어가는 동안 심한 고통은 없었다. 무사히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날씨가 큰 부조를 했다. 개인적으로 더운 날씨에 마라톤 하는 게 유독 힘들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기록에 연연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기록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다시 말하면 기록에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라톤을 멈춰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던 것은, 잘 달릴 수 있는 능력은 애초에 없었는데도 달렸으니까 기록에 눈치를 견주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부상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해가 갈수록 기록은 늦어질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마라톤은 기록경기가 아니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한 마라토너다. 
 
[일    시] 2024년 9월 22일
[장    소] 중랑천 일원
[기    록] 2시간 08초(H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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