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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삼각산

by 桃溪도계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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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삶고, 온육수, 냉육수를 챙겨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해 온 친구 영광. 그냥 먹어도 입맛이 도는 국수를 산정에서 맛볼 수 있으니 호사다. 친구 덕분에 과한 호사를 누리며 막걸리 한 잔의 취기를 빌어 호탕하게 웃으며 사모바위를 흔들어 댄다. 친구들 각자의 시선은 달라도 마음은 한 곳이니 어느 곳에서나 우정어린 향기가 맺힌다.
 
영광이 친구가 동문수학한 친구의 아픔 한 자락 불쑥 끄집어낸다. 금시초문이어서 귀를 쫑긋이 세우는데 말이 뚝 끊긴다. 한 호흡을 사이에 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팔뚝으로 훔친다. 설움에 받쳐 터져 버린 울음을 감추지 못하고 흐느끼기까지 한다. 중년을 넘어 초로의 문지방에 올라 선 나이에 친구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터뜨린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영광이는 그 친구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기도 모르게 오열하듯 폭발해 버렸다.
 
친구를 위해서 목 놓아 울어주는 영광이가 부럽다. 자신의 아픔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어주는 친구를 둔 그 친구는 더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는 친구의 아픔이 안타까워 울어 줄 친구가 없을뿐더러, 나의 아픔을 위해 울어 줄 친구는 더더욱 없다. 설령 그런 친구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눈물이 말라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영광이는 아직 풍부하고 진솔한 감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영광아!
넌 멋진 놈이다.
행여 나를 위하여 울 일이 있더라도 절대 울지 마라.
나는 너를 위해 울 자신이 없다.
 
 
[산행 일시] 2023년 6월 18일
[산행 경로] 구기동 - 승가사 - 사모바위 - 진관사 - 하나고등학교(7.5km)
[산행 시간] 5시간
 
 

꿩의다리
승가사 마애불(보물215호)
바위취
승가사 9층 석탑
찰피나무
싸리꽃
1.21 사태(김신조) 당시 공비 은신처
사모바위
양지꽃
중나리
까치수염
진관사 계곡
개망초꽃
산수국
일월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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