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움츠렸던 팔을 들어 기지개를 켜면 봄 산에도 향기가 돋는다. 봄 산에 대한 기대를 안고 발을 들여놓은 관악산에는 새소리 바람소리 보다 사람소리가 더 많다.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꽃이 우리 일행들을 생경스럽게 반긴다.
연주대 오르는 깔딱 고개는 친구들과 함께여도 힘들다. 저 고개에 올라서면 어떤 풍경이길래 이토록 자존감을 바짝 세워 꼿꼿이 서 있을까. 한 발 한 발 오르는 길이 힘들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도란도란 호흡을 나누니 견딜만하다.
서울대 입구에서 연주대 오르는 길은 조망이 열리지도 않고 지루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능선에 올라서면 서울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연주대 정상에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정사진을 남기려는 줄이 길게 서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하늘이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정상에 발을 디딜 수 있으니 행복이다.
사당역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하산하는 길에 연주대를 향하여 오르는 사람들이 볶닥인다. 그들만의 꿈과 행복을 좇아 힘든 길을 오르는 사람들에게서 조금 전 정상을 오르던 나를 이입시켜 본다. 힘이 들겠지만 서둘지는 마시게.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하게 있을 테니까 당신의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산은 당신 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는 것은 우리들만의 소박한 소통 방법이다. 헤어질 때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취기 오른 악수를 나눈다.
안녕!
[산행 일시] 2023년 3월 25일
[산행 경로] 서울대 입구 - 관악산 캠핑장 - 연주대 - 사당동(10km)
[산행 시간] 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