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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백운대 일출

by 桃溪도계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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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벅차게 아름다운 것은 너도 나도 아름다운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새해 소망을 담아 일출을 찾아 산에 오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슴의 온기가 미적지근하다. 대단히 큰 소망을 이루고자 함은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에 대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욕심이 있다면 가슴에 심은 작은 희망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들어 가는 화초에 물을 주듯 다시 일출을 맞아 가슴에 온기를 채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백운대 산행에 나서는 길.

해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희망을 되내며 어두운 새벽을 열어 산문에 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운 희망의 불씨를 지킬 수 있었음이니 더 이상의 욕심은 필요치 않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이 그리 허술한 것은 아니어서 이왕 나선 길.  일출을 맞겠다는 일념으로 쉬지도 않고 땀을 흘리며 백운봉 암문에 다다랐는데 아직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을 피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별 별 상념이 돋는다. 달과 별을 벗 삼아 막걸리 한 잔 쭈욱 들이켜니 세상 시름도 별 것 아니다.

동쪽 하늘이 벌겋게 물든다. 서둘러 백운대에 오르는 길에 이월의 바람이 차갑다.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몇 정거장 더 남았나 보다. 하늘이 맑지 않아 선명하지는 않지만 멀리 쌀알 만한 붉은 태양이 뾰족이 떠오른다. 이내 감홍시 만하게 커지고, 이를 반기듯 백운대 정상의 태극기는 더욱 힘차게 펄럭인다. 액운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국태민안. 가정화목, 가족건강, 만사형통.
다 이룰 수 없을 만큼의 욕망인 줄 알지만 습관처럼 주문한다.
떠오르는 태양은 여전히 아름답고 희망의 불씨를 지켜 낸 나는 두렵지 않다.


[산행 일시] 2023년 2월 12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대서문 - 북한동 - 상운사 - 백운봉 암문 - 백운대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8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

백운대 정상
인수봉
망경대
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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