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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時論]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를 누가 원하는가

by 桃溪도계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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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인해 생을 마감한 젊은 청춘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에 의한 후유증으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이랜드 화재, 세월호 전복 사건 등 부실 공사나 안전 불감증에 의한 대형 참사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사고는 그간에 발생했던 사고와는 성격을 조금 달리한다. 급격한 산업화에 의한 부실 공사 형태의 참사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흡수한 외국문화가 변이 되어 잘못 착상된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참모습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명명백백하게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 질 사람이나 조직은 무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강구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번 대형 참사 앞에서 우리는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했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인간 능력의 한계인가. 신의 저주인가.

사건의 원인에 대하여 집중하여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현재까지는 일선 경찰서에서의 초기 보고나 조치 사항이 의문 투성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경찰 능력이다. 그런데 이런 경찰에 대하여 경찰이 수사를 한다니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결과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경찰은 이쯤에서 검찰로 이관하여 조사를 받는 것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일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를 하자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강제수사권도 없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한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보다는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번의 국정조사에서도 별 신통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소란만 피웠다. 또한 야당 대표는 고인의 영정사진과 명단을 공개하여 정중히 추모하여야 한다고 연일 목청을 돋우고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아직 슬픔을 추슬러지도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예민한 트라우마를 건드리기를 원치 않아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데도 정치권에서는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정쟁 수준으로 사건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기야 어제 일부 인터넷 매체인 '민들레'와 '더 탐사'에서 유족의 이름을 공개했다. 어쩌자고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저지르는가. 명단 공개를 원하는 자가 누구인가.

2010년 조전혁 전 의원이 전교조 선생 명단을 공개해서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16억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에서는 개인 인권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셈이다. 5.18 민주화 유공자 명단은 자랑스러운 명단임에도 불구하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인의 인권을 우선한다는 이유로 명단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유족과 합의되지 않는 명단 공개는 인륜에 대한 잔혹한 가해 행위 일뿐, 더 이상의 명분이나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유족이 원하지 않는 명단 공개를 왜 야당 대표는 강력하게 주장하는가. 자신의 정치, 사법적 리스크를 은폐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자 함인가.

정치는 국민을 눈속임하여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게임인가.
윤미향 국회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상금과 온갖 기부금을 갈취하고도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그에 대한 재판이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사건의 실체는 아주 간단한데도 재판이 이렇게 늘어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러다 국회의원 임기 끝날 때까지 의원직 신분 보장받으며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 발의한 법에 의하여 국민들이 우롱당할 것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윤미향의 뒷배를 누가 봐주고 있는 거야. 민주당에서는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에게도 당적을 유지하도록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뭐여.

세월호 사건은 또 어떤가. 결론적으로 해상교통사고임은 분별 있는 사람들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렇지만 당시에 언론과 정치권에서 온갖 루머를 만들어내고 정쟁으로 몰아가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겠지만, 그 후로 9번에 걸쳐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는데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텔에서 연애를 한 사실도 없고, 청와대에서 굿을 한 사실도 없으며, 성형을 한 사실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럼 국민들이 선동에 놀아난 것이란 말인가. 왜 국민들은 매 번 이렇게 선동꾼 정치 게이머들에게 개 돼지 취급받으며 그들을 국민의 대표로 내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 가관인 것은 세월호 조사위원회에서 사용한 운영 비용이 육백억 원에 육박하는데도 제대로 밝혀낸 것도 없으면서 또다시 연장하겠다는 몰염치다.

이태원 사고와 같이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우선 수습을 하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외에 다른 행동은 필요 없다. 정치꾼들은 사건을 축소, 왜곡할 수 있다며 정쟁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정쟁으로 전선을 확대해 톡톡이 재미를 본 정치세력들은 사고 당사자들의 아픔과 슬픔에 대하여 곁눈으로 위로하는 척하고는 자신의 정치적 담금질에 열중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정치꾼들을 국민들은 옳게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이념적 동질성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지지하다 보니 괴물 정치인들이 탄생했으며, 그들이 국민들의 정신을 파먹고 껍데기로 만들고 있다.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는 어떤 보상이나 정치적 구호보다는 자신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도 유족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사회가 배려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 모두 다시는 그들을 정쟁으로 불러내어 2차, 3차 가해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원치 않는다.

정치가 뭔데.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거 아녀.
국민들이 편하지 않다는데도 자꾸 선동질 해대면 극악한 악질이잖아.
분명한 것은 사고 희생자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신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짓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정중한 조의를 보냅니다.
이 글 또한 유족들에게 아픔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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