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Jtbc서울마라톤(Full 42)

[마라톤은 뺄셈이다]

아름다운 가을날에 두발로 달려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쾌감을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이다. 여차저차 4년 만에 풀코스 도전이어서 내심 긴장을 많이 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염려를 안고 이른 새벽부터 딸과 사위의 응원을 받으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출발선에 섰다. 이번 대회를 맞이하여 새롭게 마련한 코스여서 기대감도 많았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가득 안고 운집한 수많은 마라토너들의 출발선에 함성이 터졌다.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잠실운동장 스타디움에서 나를 찾자. 껍데기는 모두 버리고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온전한 나만 남기자.

주변에서 마라톤을 그만하라고 충고를 한다. 온몸의 에너지를 몽땅 쏟아버리고 정신마저 너덜너덜해지는 마라톤은 무모한 도전이니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럴 때마다 살짝 흔들리기는 하지만 아직 던져버리지 못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나만의 행복을 구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르듯 저마다 느끼는 행복도 다를 것이다. 내 삶의 설계는 내가 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설계일지라도 그것은 나의 한계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한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행운일 것이다. 나 자신을 가감 없이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32km를 지나면서부터 극도의 고통에 접어든다. 마라톤은 지금부터다. 버릇처럼 내뱉던 말을 되새김질하며 고통의 질량을 가늠한다. 사람이 고통받는 것은 집착 때문이다. 마라톤은 자신에게 고통을 입히고는 그 고통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운동이다. 나는 무슨 집착으로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떠나지 못하는가. 나는 그동안 덧셈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뺄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을 한다.

잠실운동장 스타디움에 들어서는 기분을 말로 다 할 수는 없다. 오직 몸으로만 느낄 뿐이다. 4 시간의 고통을 통하여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렸는가. 바람이 있다면 덧셈보다는 뺄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 또한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이만큼의 욕심은 고통의 보상으로 몫을 챙기고 싶다.

나에게 되묻는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보니 행복한가.

[일 시] 2022년 11월 6일
[장 소]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 잠실운동장
[기 록] 4시간 3분 5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