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년 넘게 발을 꽁꽁 묶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계가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4월 하순부터는 법정 1급 전염병 관리 기준에서 2급 전염병 관리 기준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한다. 그동안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 몸과 마음을 강력하게 옥죄었던 터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을 지나오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우리 일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도 적지 않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상례를 들 수 있다. 예전에는 부고를 받으면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았으며, 거리를 따지지 않고 밤을 새워 조문을 다녔다. 그때는 조문객들이 없으면 상례를 치르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여서 조문객들의 숫자에 따라 상례의 질이 가늠되므로 으레 껏 상주의 체면을 위해서 피곤을 가리지 않고 조문을 다녔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거의 강제적으로 조문이 금지된 상태에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조문객이 없어도 상례는 문제없이 치러지고 가족들과 오붓하게 상례를 마칠 수 있었으니 번잡스럽지 않아 좋은 점도 있었다. 이후의 시간부터는 상례의 풍습이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없던 것처럼 바꾸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분 현실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 결혼식 풍습에도 상례만큼은 아니어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예전처럼 부산스러운 예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중심으로 예식장의 풍속이 바뀌어 나갈 것이다. 상례의 경우 예전에는 돌아가신 분보다는 상주 중심으로 치러졌으나 앞으로는 돌아가신 분 중심으로 상례가 바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식의 경우에도 예전에는 혼주 중심으로 치러졌으나 앞으로는 결혼 당사자 중심으로 예식 문화가 바뀌어 나갈 것이다.
휴일을 맞은 한강 변에는 예전 일상과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붐벼 봄바람을 부추긴다. 모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벗어난 분위기가 자유롭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얼굴에도 웃음소리가 커진 만큼 행복도 커져있다. 양껏 부풀었던 벚꽃 진 자리에 새잎이 돋고, 양기를 가득 품은 수양 버드나무는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본새가 섹시하다. 만물이 자유를 찾은 느낌을 느껴 본 지가 꽤 오랜 시간이어서 오히려 생경스럽다.
전통의 동아마라톤 대회도 긴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다. 정상 코스에는 엘리트 선수들만 참여하여 그들끼리 경쟁을 하고, 일반 선수들은 비대면 대회를 열어 그동안 굳게 닫혔던 마라톤의 빗장을 열었다. 한강변에는 많은 선수들이 참여하여 경주를 펼치는 모습이 무지 반갑다. 그때는 몰랐는데 코로나를 이유로 문을 닫고 보니 그 모습이 그리웠던 것이다. 제 자신 한강변을 그들과 나란히 달리고 있으면서도 이제 마라톤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이 조금씩 싹튼다. 사실 마라톤 대회가 사라진 2년을 버티면서 이제는 마라톤을 영영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는데, 다시 그들의 호흡을 느끼니까 마라톤 세포가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아마 나에게는 마라톤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삼십 대 젊은 층으로 마라톤 바이러스 보균자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젊은 청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달리는 모습에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예견한다. 마냥 철없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없이 자나 깨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골골거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대한민국은 건강하다. 마라톤 바이러스가 계속 번져가는 한 우리의 미래는 짱짱하게 보장될 것임을 확신한다. 젊은이들 중에는 사이클 바이러스에 감염된 집단들도 한강변에 모여들어 그들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아마 그들도 건강한 바이러스 전염을 위해서 출동한 것임이 분명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들의 에너지를 통하여 인간 세상에 새로운 변화를 구하러 내려왔던 것은 아닐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라톤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 위해 갖은 요설을 부릴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마라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라톤 바이러스 퍼뜨리는데 열중할 것임을 확신한다. 분명 마라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우리의 삶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일 시] 2022년 4월 17
[기 록] 2시간 11분(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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