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러 나갔다가 쫓기듯 달리게 되면 노동이 된다.
그동안 젊은 치기로 달렸던 나의 마라톤은 거의 대부분 노동이었다.
출발점에 서면 운동을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매번 노동을 하게 되는 까닭은 내가 가진 체력보다 과한 욕심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겨울에 한강변을 달릴 때에는 따뜻한 온돌방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는데, 어느덧 매화가 피고 노란 영춘화가 봄을 맞는 계절이 되었다. 한강에도 봄 물이 넘실거리며 생기가 돋는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 시선이 멈춘 곳은 교각 보 위에 까맣게 줄지어 선 새들의 무리였다. 덩치도 제법 큰 새들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고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새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가마우지였다. 한강에도 가마우지 떼들이 서식하고 있다니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찌푸린 어두운 하늘을 이고 동호대교를 달릴 때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더니 이내 우박으로 변해서 새로운 맛을 선사해준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달리고 있어서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여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봄 요리를 맛보는 느낌은 미각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상쾌한 기분을 돋게 한다.
양재천변의 수양버들은 일렁이는 바람 따라 노란 싹을 밀어내고, 볼에 양껏 물을 채우고 있는 벚꽃 봉오리와 함께하는 이 봄의 달리기는 노동이 아니라 행복한 운동이었다.
빛나되 번쩍거리지 말자. 운동은 운동 일 때 참 의미가 있다.
[일 시] 2022년 3월 20일
[기 록] 2시간 9분(21.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