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세계에 간섭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위력에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으며 인간들의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직 감당해야 할 몫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인간들은 어느새 적응을 해나가며 안정을 찾아간다.
그동안 전화 안부만 겨우 이어가던 친구들이 드디어 폭발해버렸다. 더 이상 바이러스에게 우리의 우정을 볼모로 내어 줄 수는 없다. 덤빌 테면 덤벼봐라. 그래서 작당을 하고 떠난 영월 기행. 그곳엔 친구가 공무를 위해 명령을 받고 봉사를 하고 있어서 적잖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우리의 선택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기분도 남다르다. 답답함과 우울함도 모두 설렘으로 변환되어 기분 좋은 기대감이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일상의 걱정들을 모두 삭제해버릴 수 있는 위대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행복의 징검다리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티베트 속담이 한강을 끼고 올림픽 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시선을 따라 눈 가장자리에 따라붙는다.
영월에는 서강이 휘돌아가는 세월을 따라 한반도 지형을 닮은 독특한 모형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연출한다. 지형의 모양을 따라 영월군 서면을 영월군 한반도면으로 행정명을 바꾸었으니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전망대에 올라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니 한 가지 걱정이 든다. 후 일에 통일이 되고 만주 옛 고터를 중국으로부터 되찾게 되면 그때는 한반도면의 행정명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그것은 나중 일이니 잠시 접어두고 서강을 따라 뗏목을 옮기던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시간은 잘 익은 막걸리를 한 잔 쭈욱 들이켜는 행복감이다.
한반도면 어떻고 만주면 어떠랴. 친구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 웃음을 버무리니 이 행복감을 어쩌랴. 저녁이 되어 술에 취해도 행복하고 노래를 불러도 행복할 뿐이다. 2km는 족히 떨어졌을 노래방을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늦은 밤길에 별빛이 초롱초롱 걸려 길 안내를 한다. 거기에 더해 잊고 지냈던 반딧불이가 길 양쪽으로 반짝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열을 하며 반긴다. 초롱한 별과 반딧불이가 가느다란 불빛으로 밤길을 밝히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이다. 아마 시곗바늘을 뺀 지 오십 년은 더 되었겠다.
울산에 사는 친구가 밤길을 달려 합류를 했다. 참 고마운 열정이다. 단순히 친구가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치부하기에는 감사함이 너무 크다. 친구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의 선한 열정이 나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방향을 다시 가늠하게 한다. 참 멋지다.
이튿날 아침에도 우정의 해는 맑게 떠올라 우리들은 또 다른 기대감으로 설렌다. 그렇지만 일정이 어떠하든 아무것도 궁금하지는 않다. 그냥 친구와 함께 걷고, 사진 찍고, 깔깔거리며 웃기만 하면 된다. 청령포를 갈 때도 그랬고 고씨동굴을 다녀올 때도 명승지 자랑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저 좋을 뿐이다.
친구야!
친구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웃음이다.
그런 말 들어봤어?
'하늘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이 웃음이다'
우리가 만나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일이 하늘을 닮아가는 것이라니 자주 만나 마음껏 웃어보게나.
[일 시] 2022년 6월 12일 ~ 13일
[장 소] 영월군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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