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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성곽길]
언제 올 거냐 보채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한 숨 돌리기도 전에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니 미처 갈무리를 하지 못했던 모기들은 봉알이 얼었는지 맥을 못 춘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수확의 계절인데 내 손은 모래를 움켜쥔 것처럼 다 빠져나가고 빈 손이다.
한 때는 손이 모자라 우쭐거렸던 적도 있었는데, 그것이 모래였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라도 철이 들라나.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는 노랫말을 가슴에 담으며 위안을 삼는다.
서울 성곽길에도 가을은 오고 또 가겠지만 허물어지고 복원되기를 반복한 흔적들이 잔상으로 남아 가슴에 아린다.
한 때는 천하 요새를 자랑했을 터인데 이제는 텅 빈 성으로 남아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심하게 옛 영광을 새긴다.
[일 시] 2021년 10월 23일
[경 로] 혜화문 - 낙산공원 - 동대문 - DDP - 청계천 -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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