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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삼각산 도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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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과 인연]

 

성근 가지에 봄빛이 들면 세상은 꽃이 되는 이치를 아직은 알지 못하겠다.

삼각산 비봉능선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이 도시의 주인이 누구든 상관없이 지금 이 풍경을 바라보는 이가 주인이 되는 까닭은 삭정이 같은 가지에 꽃을 피워내는 나무의 수고를 굳이 꼬집을 필요도 없이 그 꽃을 바라보는 이가 주인이 되는 것과 같다.

봄빛과 꽃과 나의 연결 고리를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봄빛은 나무를 만나고 나무는 꽃을 만나고 꽃은 나를 만나는 일은 순리이다.

봄빛이 나무를 만나 꽃이 되는 이치는 자연의 향기일 뿐이니 별다른 의미를 살피지 마라.

내가 산에 올라 그를 만나는 일 역시 자연의 향기에 순응하는 일이다.

 

땅과 나뭇가지에서 꽃과 새 순을 힘차게 밀어 올리는 푸른 오월에 산행을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나 자신 삶의 지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는 무슨 꽃을 피워내야 하나.

봄볕이 드는 산길에 꽃을 피우는 것은 사명이 아니라 인연이다.

나는 그 인연을 따라 꽃을 피우고, 이파리를 돋우고, 낙엽을 지우고 또다시 꽃봉오리를 맺으면 된다.

삶은 처음부터 그러하였다.

 

[산행 일시] 2022년 4월 30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족두리봉 - 향로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대남문 - 대동문 - 위문 - 숨은 벽 - 밤골(16.5km)

[산행 시간] 6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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