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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낙엽을 맞으며 산 길을 걷는다.
딸에게는 내어주어도 며느리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가을빛을 담으러 친구 영포가 따라나섰다.
'오늘 산 길은 거리가 좀 길고 난 코스도 몇몇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게'
'걱정하지 말고 앞서게나'
생전 산에 가리라 생각도 못했던 친구가 변했다.
심장에 부하가 걸릴 만큼 걸어야 직성이 풀린다며 주저 없이 험한 산 길을 씩씩거리며 오르는 친구가 내심 걱정도 된다.
그러나 기우였다.
산을 꽤 오래 다녀서 약간의 자만감이 묵은 때만큼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나보다 더 잘 걷는다.
산 길을 걸으면 마음이 비워진다는 진리를 깨달아버린 친구.
처음엔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올랐는데,
이제 산 길에 마음을 녹여낼 줄 알아버렸으니 그에게서 길을 뺏을 수는 없겠다.
친구!
내 손 꼭 잡으시게.
그리고 말없이 걷자꾸나.
길에는 건강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리라.
우리 발걸음이 끝나는 자락에 우리의 길도 끝나겠지만,
향기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명상으로 기억될 걸세
[산행 일시] 2021년 11월 6일
[산행 경로] 연신내역 - 불광중학교 - 향로봉 - 문수봉 - 대남문 - 노적봉 - 백운대 - 숨은 벽 - 밤골(15km)
[산행 시간] 6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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