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행진]
언제부터인가 핸드폰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전화 기능만 하다가 변태를 거듭하여 이제는 인간의 온갖 욕망을 담아내고 쓸어내는 요물이 되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머리 같이 꼭 붙어 다닌다.
오히려 잠시 떨어져 있는 잠자는 시간이 불안할 정도다.
가끔은 이 작은 물건이 내 곁에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놈 때문에 세상의 번뇌를 더 쌓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핸드폰은 번뇌의 씨앗이다.
삼십 년 전만 해도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는데, 이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족과 같은 물건이다.
산행을 하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사진 찍으랴.
유튜브를 통해 각종 정보를 들으랴.
산행 안내받으랴.
고맙기는 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밉다.
예전에 산행을 할 때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기 번뇌를 삭일 수 있는 참 좋은 길이었는데,
요즘에는 핸드폰이 가둬놓은 울타리를 벗어날 수가 없어서 무섭기까지 하다.
산 길을 걸을 때만이라도 자연의 생태를 살피고 자신의 걸음의 무게를 느끼면서 자신과 자연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된 것이다.
살아갈수록 멍텅구리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똑똑한 척하며 사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다.
인간 본성의 감성을 발효시키고 감칠맛 나게 하는 항아리 같은 가슴이 텅 비었으니 무슨 맛으로 살아갈까.
바보들이 행진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간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피켓을 들고 생각 없이 간다.
바보들아.
뒤돌아 보아라.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보고 가라.
[산행 일시] 2021년 9월 12일
[산행 경로] 마니산 주차장 - 마니산 정상 - 마니산 주차장(5.5km)
[산행 시간]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