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딸에게]
세상 살다 보면 미루면 안 되는 일이 있다.
굳이 미루면 안 된다기보다는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보면, 미룬 그 시점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처음 마음을 일으켰을 때의 의도가 사라지거나 변하기 때문에 미룬 가치가 무의미 해지기 때문이다.
그때의 마음과 열정은 과거형이 되어 서랍 속에 뒹구는 잉크가 말라버린 팬과 다름 아니어서 현재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 되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현재에 서 있을 때만이 존재의 가치가 있다.
현재를 미래로 미루게 되면 현재를 저당 잡아 미래를 빌려 쓰는 채무가 되는 것이다.
먼 길 떠나는 수진아!
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
낯설고 물 선 낯선 땅에서 왜 두려움이 없겠냐만은 젊음이 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네가 걷는 길 역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행복과 고통이 혼재하는 곳이어서 행복만을 좇을 수는 없다.
하나의 행복을 위해서 열개의 고통이 필요할 때도 있고, 열개의 행복이라도 하나의 고통이 삼켜버릴 수도 있다.
행과 고통을 가려내기보다는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고통도 행복의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정을 쏟는 것이다.
아버지가 적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아무쪼록 하고자 하는 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귀국하기를 소원한다.
먼 길이지만 김서방과 함께하는 길이어서 큰 걱정은 내려놓으마.
건투를 빈다.
[산행 일시] 2021년 8월 29일
[산행 경로] 불광중학교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응봉능선 - 진관사 - 북한산 둘레길 - 불광중학교(10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