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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벌초를 끝내고 막걸리 한 잔의 취기를 빌어 잠시 오침을 하고 나니 나른한 가을 햇살이 포실포실하다.
오후 느지막이 내려앉은 하루를 그냥 보내려니 가슴 한편이 빈다.
마침 눈이 마주쳤다. 남산 정수리에 가서 여쭤 볼 일이 있다.
신발을 조여매고 허겁지겁 오르는 산 길에 뱀 한 마리 마중을 나와 길 안내에 나선다.
예전에는 흔히 만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귀한 손님이라 반가운 마음에 가만히 다가가니 도망을 간다.
유년 시절에는 내가 먼저 도망갔던 기억이 선명한데 세월의 간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는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어느새 나의 오늘은 세포가 많이 느슨해진 것이다.
남산 정상.
너는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솔직히 내 삶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면서도 두렵다.
삶이 두려운 이유는 정직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직하지 못했음을 두려워하지는 말자.
인생은 끝없는 자기와의 정직한 투쟁이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
거기에서 상처 난 정직을 위안받으라.
그리고 힘내라.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산행 일시] 2021년 9월 4일
[산행 경로] 밤티재 쉼터 - 넓은 바위 - 삼 면 봉 - 정상 - 밤티재 쉼터 회귀(4.5km)
[산행 시간]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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