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건너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떠내려 갈 수도 있겠다 싶어 조심을 하는데도 계곡물의 부력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떠내려 간 순간은 아찔했다. 다행히 물살이 세지 않아서 금방 돌아 나올 수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상실하면 예기치 않았던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이뤄지는 일이 몇이나 될까. 거의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했던 길과 실제로 걸어가는 길은 다르다. 젊었을 때는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이뤄지리라 믿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계곡 트레킹도 세상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친구 동찬, 영포와 함께한 계곡 트레킹은 즐겁고 행복한 여름이었다. 양재역에서 출발할 때부터 소나기가 내려 발걸음을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현지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순조롭게 진행되나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마철이어서 계곡에 물이 가득하고 넘실넘실 기운차게 흘러가는 모습에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계곡을 가로질러 건널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모습이지만 속마음은 조금씩 겁먹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무사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한 길 하나 배웠다.
해마다 여름이면 이 길에 대해 향수를 느낀다.
아마 내년 여름에도 나는 아침가리골을 떠올릴 것이다.
그때도 친구들과 함께하면 행복한 한 여름의 자락을 기분 좋게 채울 수 있겠다 싶다.
야생화들과 눈맞춤했던 시간들이 내 감성을 채워준다.
오미자, 물레나물, 짚신나물, 노루오줌, 물봉선, 바위채송화, 원추리, 참나리, 산딸기, 까치수염, 꿀풀, 노루오줌...
다시 만나고싶다.
[산행 일시] 2021년 7월 10일
[산행 경로] 방동 - 방동약수터 - 조경동 계곡 입구 - 진동계곡(12km)
[산행 시간] 5시간 10분(휴식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