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들쭉날쭉 내리는 틈을 비집고 산에 올랐다.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지지만 내디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겠다. 이왕 나선 길 또 하나의 선을 그어 혼란스러운 내 삶의 울타리를 공고히 하고 헤진 데가 있으면 꼼꼼하게 깁자. 산능성이에 올라도 구름이 에워싸고 있어서 세상 분간이 어렵다 보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두울수록 그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더 진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산행 내내 빗줄기가 오락가락해서 옷이 흠뻑 젖었는데도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땀으로 젖을 때보다 시원해서 좋다. 비 내리는 산길에는 서둘러 하산하는 산객들 서너 명 지나칠 뿐 조용하고 평화롭다. 물론 미끄러짐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면 안 되기에 조심스레 발자국을 옮기며 집중력을 높여야 함을 잊지 않는다.
산행은 자연을 가슴에 들여놓는 일이어서 경건하게 임해야 한다. 산 길이 수월하다 해서 우쭐대거나 경거망동하면 아니 되고 다소 험하고 힘들다 하여 쉬 짜증을 내어서도 아니 된다. 산은 어제도 산이었고 오늘도 산이고 내일도 산 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산이 인간을 그리워한 적은 없다. 인간이 산을 그리워하여 제 스스로 울다 웃다 제 멋에 취할 뿐이다.
[산행 일시] 2021년 7월 4일
[산행 경로] 불광중학교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대남문 - 중성문 - 북한산성입구(10km)
[산행 시간] 3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