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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앵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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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몇 해 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고 출입문 쪽에 좌석이 하나 비워져 있었다.

몇 번 두리번거리다가 앉았다.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부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서 일어서는 인기척에 실눈을 뜨고 주변 상황을 살피니 중년의 여자분이 자리를 양보하고 그 자리에 몸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앉는다.

왜 자리를 양보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가만히 눈치를 살피니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분은 임산부였다.

아뿔싸 나는 임산부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앉아 있자니 불편하고, 일어나자니 임산부 석인 줄 알면서 앉았던 것 같아 체면을 펴기가 여간 난감하지가 않았다.

번민을 안고 목적지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지하철에는 경로석 외에도 임산부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임산부는 가방이나 옷에 임산부임을 알리는 라벨을 달고 있었다.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데 나는 변화에 둔감했다.

임산부석임을 알지도 못했고, 임산부석임을 알았을 때는 진작 고백하고 자리를 내어주지 못했던 내 자신이 미웠다.

세상의 변화에 엉덩이를 뒤로 빼고 모른체 외면하고, 그 변화를 알게 되었을 때는 시인하기보다는 적당한 변명으로 버무리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던 나는 꼰대다.

 

[앵봉산과 봉산은 서울시 은평구와 고양시 덕양구를 갈라놓는 경계로 길게 편하게 뻗은 산능성이가 트레킹을 하기에 딱 좋은 산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올망졸망 울퉁불퉁 이어진 시민들의 공원 산책로이다.

 

[산행지] : 앵봉산, 봉산

[산행로] : 구파발역 3번 출구 - 앵봉산 - 봉산 - 증산역(10.5km)

[산행시간] : 3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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