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 줄 친구 한 사람 내 곁에 있을까.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날 때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찾아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친구는 있는가.
아쉽게도 내게는 그런 친구가 없다.
내 삶은 잘못되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극히 내 존재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 온 탓일 것이다.
나를 찾아 줄 친구가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내가 앞뒤 재지 않고 찾아 갈 친구가 없다는 것은 더 슬픈 일이다.
나를 찾아 줄 친구가 없다는 것은 그 친구들의 몫이지만,
내가 찾아 갈 친구가 없다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나는 왜 이렇게 옹졸하게 살아왔을까.
용기가 부족함일 것이다.
이타심이 모자란 탓일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길을 여는데 나 혼자만의 몫이라고 여겼던 편협된 마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가을의 숨은벽
그가 내게 찾아오든 말든
나는 이 계절에 꼭 한 번은 찾아 가 보고 싶은 친구다.
나는 그를 찾아 겨울을 앞두고 낙엽을 지워내는 쓸쓸한 인내를 위로하기 보다는
한 해를 살아내면서 생채기가 난 내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서
가을이 저무는 문지방 너머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슬기롭게 맞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염치없이 빈 손으로 그를 찾아간다.
그는 언제나 무덤덤하게 반기며 나의 텅 빈 가슴을 헤쳐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득 채워준다.
살다가 힘들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그를 찾아가 위로 받고 싶다.
결국 나는 내 이기를 채우기 위해 친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힘들고 지칠 때 진정으로 나를 찾아주는 친구 한 명 있으면 하고 바라지만 내게는 그런 친구가 없다.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같다.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 까닭이다.
* 일 시 : 2020년 10울 25일
* 산 행 로 : 효자동 밤골 - 숨은벽 - 백운대 - 위문 - 북한산성입구(8km)
* 산행시간 : 5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