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날.
꿈길에서 밀어를 속삭이던 미인의 눈썹같은 선한 능선을 따라 걷는 하늘길.
연분홍 치마를 흩날리며 산철쭉이 나긋나긋 방실대며 지친 산객의 발걸음을 반긴다.
가슴에 풋풋이 맺히는 이슬방울 같은 그리움.
말없이 마주보며 방긋이 웃으면 인사가 되는 까닭을 조금은 알겠다.
꽃길만 걷자.
가끔은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지리의 능선 길 양 옆으로 도열하듯 늘어선 산철쭉을 떠올리자.
비록 산길이 힘들지라도 포기하지 말자.
산이 있는데,
꽃이 있는데,
길 동무가 있는데 두려울게 뭐 있으랴.
세상에 힘들지 않고 얻을 수 있는게 뭐 있으랴.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가벼운 윙크 같은 것일터.
밤새 뜨거운 포옹으로 뒤척이다가 여명이 열리는 새벽의 경계에서
불쑥 튀어오르는 붉은 심장 같은 사랑이 그립거든 지리산에 올라라.
그리고
헉헉대며 천왕봉에 오르거든 힘들다 말하지 마라.
밤새 속삭였던 사랑이 거미줄에 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사랑이 그립거든 지리산에 올라라.
그리고
두 손 번쩍 올려서 맘껏 외쳐라
지리산에 오를 수 있어서
지리산에 올라서
지리에 안길 수 있어서
지리를 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사랑한다.
지리산을
그리고 지리산을 닮은 세상 모두를....
* 일 시 : 2018년 5월 20일
* 산 행 로 :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세석대피소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36km)
* 산행시간 : 1무 1박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