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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지리산 종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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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리움 때문에 찾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겁없이 덤볐는데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리움이라는 것.

간간이 찾아서 어울리면 잦아들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지리산을 만날수록 그리움은 더 짙어만 간다.

만날 때마다 같은 모습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 넓은 품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을 만난다는 것 또한 기쁨이다.

날마다 어디에든 떠 오르는 해.

지리산 촛대봉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가슴 벅찬 기쁨은 어쩌지 못하겠다.

천왕봉 바위 밑 어디쯤에 숨겨 뒀다가 지리를 찾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감동이다.

 

밤새 재웠던 설레임

만선의 그물을 뚫고 터져나오는 환희.

나 그대를 그리워 했노라.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쳐도

두렵지 않다네

그물을 풀어 고기를 다 놔 줘도 아쉬움이 없으니

이만한 기쁨이 어디 있으랴.

당초부터 나는 당신을 원하지 않았네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이었네

다시 그리움을 지을 수 있으니

행복이라 쓰고 소박한 웃음을 머금는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간단하게 되는 일은 없다.

지리산 종주 역시 언제나 힘들다.

그러면서도 매 번 덤빈다.

내가 좋다고 이렇게 버릇없이 덤벼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지리를 사랑하고싶다.

짝사랑이면 어떠랴.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넘치는 것을.

그리움을 지우려 갔다가

다시 그리움을 하나 더 쌓고 오는 길.

그 길은 언제나 행복이다.

 

 

 

 

 

 

 

 

 

 

 

 

 

 

 

 

 

 

 

 

 

 

 

 

 

 

 

 

 

 

 

 

 

 

 

 

 

 

 

 

 

 

 

 

 

 

 

 

 

 

 

 

 

 

 

 

 

 

 

 

 

 

 

 

* 일      시 : 2013년 5월 31일 ~ 6월 2일(1무 1박)

 

* 산 행 로  : 성삼재 - 임걸령 - 노루목 - 화개재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선비샘 - 세석대피소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중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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