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리움 때문에 찾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겁없이 덤볐는데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리움이라는 것.
간간이 찾아서 어울리면 잦아들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지리산을 만날수록 그리움은 더 짙어만 간다.
만날 때마다 같은 모습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 넓은 품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을 만난다는 것 또한 기쁨이다.
날마다 어디에든 떠 오르는 해.
지리산 촛대봉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가슴 벅찬 기쁨은 어쩌지 못하겠다.
천왕봉 바위 밑 어디쯤에 숨겨 뒀다가 지리를 찾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감동이다.
밤새 재웠던 설레임
만선의 그물을 뚫고 터져나오는 환희.
나 그대를 그리워 했노라.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쳐도
두렵지 않다네
그물을 풀어 고기를 다 놔 줘도 아쉬움이 없으니
이만한 기쁨이 어디 있으랴.
당초부터 나는 당신을 원하지 않았네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이었네
다시 그리움을 지을 수 있으니
행복이라 쓰고 소박한 웃음을 머금는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간단하게 되는 일은 없다.
지리산 종주 역시 언제나 힘들다.
그러면서도 매 번 덤빈다.
내가 좋다고 이렇게 버릇없이 덤벼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지리를 사랑하고싶다.
짝사랑이면 어떠랴.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넘치는 것을.
그리움을 지우려 갔다가
다시 그리움을 하나 더 쌓고 오는 길.
그 길은 언제나 행복이다.
* 일 시 : 2013년 5월 31일 ~ 6월 2일(1무 1박)
* 산 행 로 : 성삼재 - 임걸령 - 노루목 - 화개재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선비샘 - 세석대피소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중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