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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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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역사책을 함께 폈던 친구들이 오월의 남한산성을 걷는다.

어설픈 기억을 더듬어 병자호란과 인조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담는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남한산성을 따라 돌며 학창시절을 더듬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친구들 중 몇 몇은 몸이 불편해서 활동에 지장을 받은 친구들도 더러 있다.

아직은 청춘의 피가 식지 않았을 듯한데 피치 못한 일들이 생겨서 힘든 친구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달리는거야.

일단은 걷기부터 시작하자구나.

어머님 손 잡고 아장아장 걷던 기억을 되살려서 걷다보면 달릴 수도 있을거야.

 

세살박이 현수.

손자 같은 아들이다.

단연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마스코트다.

현수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그래도 친구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이 나이에 아들바보.

곁에서 지켜보면 연출이 아닌 진심이 느껴진다.

같은 동년배의 친구들인데..

왜 우리는 그를 보면서 그를 걱정하는가.

자신이 그만큼 늙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늙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힘을 내자.

혹시 아나?

손자들 틈에 아들도 키울 수 있을지..ㅎㅎ

 

산성을 따라 걷는 길에 요즘에는 보기 드문 보이스카웃 단원들을 만났다.

올망졸망한 눈초리들이 귀엽기만하다.

남한산성의 의미를 새기고 굳건하게 나라를 지켜야 할 사명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연분홍 산철쭉들이 반겨주는 의미를 아이들이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한 때는 저렇게 반짝이는 눈을 가졌던 세월이 있었는데,

지금은 흐릿한 눈동자로 세상을 보며 걸음걸이도 많이 흔들린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지우는 습관이 몸에 베였다. 

친구야!

다시 힘을 내자.

눈자위를 부릅뜨고 장단지에 힘이 오르도록 걷자.

그래서 희망을 가슴에 품자.

죽는 날까지 희망을 손에서 놓지 말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자구나.

 

오월의 남한산성.

파릇한 연록의 잎과 연분홍 산철쭉.

그간의 안부와 현재의 아픈 이야기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도 찾을 수 있을거야.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멋진 친구들 홧팅!!

 

 

 

 

 

 

 

 

 

 

 

 

 

 

 

 

 

 

 

 

 

 

 

 

 

 

 

 

 

 

 

 

 

* 일      시 : 2013년 5월 11일

 

* 산 행 로  : 남문 - 동문 - 동장대 - 북문 - 연주봉 옹성 - 서문 - 수어장대 - 남문

 

* 산행시간 : 3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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