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절봉
맷돼지가 다니는 길을 따라 사람이 다니고
군인이 다니던 길을 맷돼지가 다닌다.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최북단.
산에는 사람이 없다.
하루종일 산에서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잠시 길을 잃었다.
적막강산이 바로 이런거구나.
동료들이 주변에 있으려니 하면서도 엄습하는 두려움을 피할 수는 없다.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가 없다.
한 숨 돌리며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의 지세를 살피며 간신히 주능선을 찾아 오르는 길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
자칫 고립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빨리 동료들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더 초조하게 만든다.
멧돼지들이 먹이를 구하려고 흙을 파 낸 흔적들을 만나면 다소 안심이 된다.
칠정봉 정상에서 향로봉을 바라보며 더 이상 다가 갈 수 없는 마음을 갈무리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가.
누구의 잘못인가.
바로 우리 자신일 것이다.
더 나아가고자 하나 닿을 수 없는 몸과 마음.
맷돼지들도 마음껏 드나들 수 없는 저 산 너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들에게 두려움은 무엇일까.
곱게 핀 야생화들은 그 의미를 알까.
오지를 산행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일수도 있지만,
미지의 세상에 대한 모험심이 한 몫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할 만하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절대로 방심하지 말 것이다.
말이 없는 산은 꽃과 나무와 좋은 공기를 내놓지만 경거망동함을 경계한다.
칠절봉에는 아직 봄의 갈무리가 한창이다.
진달래는 마지막 길을 수습중이고 할미꽃도 이제는 갈 길을 서두른다.
산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 산에 다가서는 사람들 마음에 따라 산이 조화를 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앙에 우뚝 솟은 향로봉)
(곰취)
* 일 시 : 2013년 5월 25일
* 산행시간 ; 8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