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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바람이 거칠다.
올 봄은 왜이렇게 부침이 많을까.
겨울과 여름 사이에서 봄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거기 어디메쯤 봄이 오고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봄은 아직 땅바닥에서 땅기운을 고르고 있다.
감정이 메말라 삭정이 같았던 진달래 나뭇가지에 꽃잎이 달렸다.
분홍빛 생명을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가지마다 예쁜 우주를 달고 세상에 나왔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가.
우주를 품은 생명.
그 경이로운 경험만으로도 행복이다.
선운산의 등로는 대체로 순하다.
올망졸망 능선을 따라 걷는 걸음따라 빨간 동백이 맺힌다.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수백년 순정을 지켜왔던 선운사 동백.
붉은 서러움
빨간 행복을
만나면 일러야겠다.
아직 봄이 오지 않는다고...
예고없이 들렀다가 선운사 동백을 만나려 했던 것은 과한 욕심이다.
봄 마중을 나온 몇 송이 꽃을 피웠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겠다.
빨간 동백이 별처럼 돋는 날.
가슴에 든 빨간 멍을 씻어내고 싶었는데,
봄이 가기 전에..
그럴 일은 없나보다.
그냥
가슴에 품고 삭여내는 수밖에.
힌 동백 피는 날.
함께 웃자.
그때는 울자.
아니다.
울면서 웃자.
* 일 시 : 2013년 4월 13일
* 산 행 로 : 하연리 - 청룡산 - 배맨바위 - 낙조대 - 천마봉 - 용문굴 - 국사봉 - 선운산 - 마이재 - 선운사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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