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꽃보다 사람.
잠시 도심을 비워 놓았을까.
언젠가는 한 번 다녀와야 했던 영취산.
매번 행로를 계획하지만 계획된 행로대로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일까.
처음부터 행선지가 영취산은 아니었다.
그냥 막연하게 마음에만 두고 있었을뿐.
바람이 심하게 불어 행선지를 바꿨다.
영취산에도 바람은 많다.
영취산을 중심으로 석유화학단지가 빙 둘러서 자리잡고 있다.
산자락에서부터 공장에서 뿜어내던 연기가 심상찮다.
산행내내 냄새를 피할 길이 없다.
좋은 공기를 찾아 산에 올랐는데,
오히려 산 공기가 더 거북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과연 가능한 법칙일까.
자연이 내어 준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인간의 편리만을 도모한다면 공존은 불가능 할 것이다.
왜 인간은 이렇게 소모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일까.
자연을 먼저 소모하는 것이 능력이고 힘으로 작용한 탓이다.
영취산의 분홍색 진달래.
그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묘수가 있기는 한 것일까.
영취산에 하얀 진달래가 핀다면 어떤 소란을 피울까.
공장의 냄새와 차가운 바람, 그리고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 선 사람들.
영취산도 오늘은 힘들겠다.
사람들이 영취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산을 피해주는 것만이 최선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산을 옮겨야 한다.
어디로?
한적한 곳으로 옮겨 놓으면 또 사람이 붐빌텐데
이 일을 우째...
빼어나면 일찍 꺽인다.
영취산은 이 단순한 진리를 왜 몰랐을까.
평범한 삶.
그것이 세상을 평온하게 한다.
* 일 시 : 2013년 4월 7일
* 산 행 로 : 상촌 - 진달래 기념비 - 영취산 - 봉우치 - 원동천계곡 - 흥국사
* 산행시간 :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