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
그들은 왜 싸울까...
분명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서 싸우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들에게는 필연적으로 싸워야만 하는 에너지가 있다.
경북 청도에는 매년 그들만의 축제가 있다.
최근 동물학대 논란으로 다소 위축된 감을 피할수는 없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속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를 없는듯이 지울수는 없다.
소를 비롯한 동물들은
사람들이 싸움을 붙이지 않아도 그들은 항상 우열을 가리고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싸움을 선택한다.
이는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학대 논란과 관련해서
스페인 투우처럼...
인간이 칼을 사용한다던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재고 해 보아야 할 문제다.
필리핀의 닭싸움 처럼..
닭의 발에 날카로운 칼을 묶어서 싸움을 시킨다면..
이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소는 그 성질이 온순한 초식동물이어서
그들끼리 싸움을 하더라도 힘의 우위를 가리는 정도이지
잔인하게 상대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결코 없다.
청도 소싸움의 경우
온전히 그들의 본능을 펼칠 수 있는 장소를 사람들이 제공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즐긴다.
경마장에서 달리는 본능을 가진 말을 경주시키는 모습과 흡사하리라.
또는 경륜장에서 인간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을 즐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 동물들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그들을 싸움장에 끌어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평생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평화였을까.
싸움의 본능을 가진 소 들을
평생 우리에 가둬놓고 사료만 먹여서 키우다가
잡아먹으면 동물학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소와 친근한 민족이다.
소을 키우고, 그 소를 이용하여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들을 불러다가 싸움을 시키고 즐겼다.
동물학대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들은 왜 고라니나 들고양이처럼 벌판을 무대로 마음껏 살아가지 못하고 인간 주변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갈까.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만 살아가는건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상존하는건지..
어려운 문제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많은 소란들을 잠재우고
소들은 겨울동안 움추렸던 근육을 마음껏 펼치며 싸움을 한다.
순발력이 좋은 놈과
끈기가 좋은놈...
뿔치기를 잘 하는 놈과
목걸이를 잘하는 놈..
일진일퇴가 볼 만하다.
인간들은 그들의 싸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살다가 짜증나고 힘드는 일이 있어서 패가 풀리지 않을때
소싸움을 보면서 잠시 자신을 잊어보라.
그들의 거친 입김에서 삶의 위안을 찾고 기운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이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는 이유를 알면 삶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들은 인간을 위해서 싸우지는 않지만
인간은 그들의 싸움에서 동물적 동질감을 얻고
연록색 새잎 같은 희망을 얻는다.
앞으로든
뒤로든...
길이 보이지 않거든
거기...
청도 소싸움장으로 가보라.
거기에서 길을 찾을수도 있다.
* 일 시 : 2008년 4월 12일
* 장 소 : 경북 청도군 이서면 서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