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포항
몸을 휘감아 도는 비릿한 바닷내음과 눈이 시리도록 깊게 느껴지는 쪽빛 물 빛깔은 본능적으로 몸을
당긴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꿈을 풀어내다가 지쳐버린 영혼의 울림이었을까.
바다에는 꿈이있다.
그 꿈을 �아가지만 그리 녹녹치 않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대어를 꿈꾸며 배에 오른다. 그 순간 우리들은 우매한 인간임을 자인하게 된다.
어쩌다 한 두 번 대어를 잡았던 기억을 평생 가슴에 품고 필요 할 때마다 꺼내어 자랑한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바다에만 나가면 그 정도의 수확은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다짐한다.
내가 찾고자 했던 꿈은 알량한 고기 한 두마리 였을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등대..
불이 켜지지 않아도 울지 않는다.
당신이 있던 그 자리 그냥 거기에만 있어주오
내 마음에 켜 뒀던 불 빛 만으로도 나는 너를 사랑 할 수 있다.
등대..
거기 있을때만이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를 나는 안다.
내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한 번의 깊은 포옹
내가 지치고 힘들때마다 당신의 향기를 기억합니다.
그것이 사랑인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등대
또 다시
당신앞에 서면
내가 나를 잊는 혼돈에 빠집니다.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 품속에서 영원히 잠들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송년회를 겸해서 바다를 찾았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음을 나는 안다.
친구야..
세월의 때를 두려워하지 말자. 세월의 배를 타고 너울이 흔들어 주는대로 그렇게 바다로 가자.
그것은 지극한 아름다움일게야.
나는 바다를 울려대는 어부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저 작은 배 위에 몸을 실으며 꾸었을 꿈은 주름을 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주름을 펴기는 커녕
돌아올때마다 주름이 깊어지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렇지만 바다를 원망할 수는 없다.
어부는 언제나 바다에 대하여 경외심을 늦추는 법이 없다.
그것은 바다에 대한 사랑이다.
친구의 낚시대에 첫 번째 올라온 놈은 우럭이다.
저 놈이 멍청한 탓일까.
친구가 고기를 꾀는 솜씨가 뛰어난 걸까.
아마 저 놈은 성질이 괴팍해서 동료들을 괴롭히고, 먹이가 있으면 제일 먼저 득달같이 달려들던 놈일게야.
잠시 우리들에게 가벼운 기쁨을 줬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것 또한 자연인것을..
모과 처럼 제 멋대로 생긴 쥐치도 잡았다.
사실 낚시대로 쥐치가 걸려 올라온 건 처음 보는 모습이다.
어신은 나를 두려워하나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고기가 낚이지 않는다.
아마 어신이 외면하는거겠지.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어서 바다를 통째로 낚시대에 걸었다.
참 멋지다.
바다속에 있는 고기 몇 마리 잡으려고 바둥거릴게 아니라
바다를 통째로 낚았으니 뭘 더 바랄까.
우주를 낚을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도 막연하게 내 주변을 맴 돌던 꿈..
그 꿈을 이번 여행에서 찾았다.
친구는 바다에서 뭘 찾느라 저렇게 찡그린 모습일까.
고기를 기다리는걸까.
미처 바다를 낚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해 아쉽다.
오후 1시에 양포항에서 출발하여 오후 5시경에 되 돌아왔다.
조황은 그리 풍부하지 못했다.
멸치떼가 들어와서 어장에 먹잇감이 풍부해진 탓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준 근기 없는 알량한 미끼를 먹을 못난 고기는 없다.
그런대로 볼락, 날치, 쥐치, 자리돔, 우럭, 한치, 청어...등 다양한 어종으로 손맛은 봤다.
선상에서 회를 장만했다.
알싸한 소주 몇 잔을 기울이며 회를 먹었다.
우리들이 먹기에 모자라지 않는 양이었다.
그런대로 포획감과 포만감을 두루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바다를 건졌던 깨달음을 잊고 다시 속물로 되돌아왔다.
같은 배를 탓던 꼬마 동료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긴 시간 동안 보채지 않고 친구가 되어준 꼬마가 고맙기까지 하다.
저 친구의 꿈은 바다만큼 커겠지.
친구야..
멋진 꿈을 펼쳐주려무나..
우리는 짧은 바다여행을 통하여 우정을 다지고 바다를 조우하는 기쁨을 한껏 키웠다.
다시 또 등대를 �아 바다를 찾는 날까지
바다여...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
* 일 시 : 2007년 12월 8일
* 장 소 : 양포항
* 위 치 : 경북 포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