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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고궁의 가을 - 창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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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가을/창덕궁

 

비원으로 잘 알려진 창덕궁에도 가을은 말 없이 내려 앉는다.

조선왕조때 경복궁 다음으로 지어진 궁궐로서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들어진 후원은 그 아름다

움을 표현하기에 언어가 촌스럽다.

창덕궁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적 자산이다.

 

창덕궁 출입문인 돈화문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든다.

 

창덕궁을 관람 할 때는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

첫째,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관람 할 수 없다. 즉,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순회하며 관람해야 한다.

둘째,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이렇게 안내원의 시간 배정이 정해져 있다.

        자기가 원하는 안내 시간표를 잘 맞춰서 관람계획을 짜면 유용하다.

 

일요일 아침시간에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붐빈다.

 

고색창연한 고궁에 단풍이 물들어 간다.

절묘한 조화가 아름답다.

가을에 묻히는 고궁...수백년전의 가을을 생각해 봤다.

파란 하늘 아래 신하와 궁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마당을 쓰는 이는 말 없이 낙엽을 담아낸다.

가을이 아름답게 물 든 낙엽의 안부를 어떻게 물어볼까.

 

돈화문보다 먼저 세워졌다는 금천교의 난간에 매달린 가을은 애처롭다.

쓸쓸해 보이는 돌 다리는..

가슴이 텅 비어버린 나를 닮았다.

 

 

 

궁궐의 본채인 인정전도 그 엄하던 위용은 어디다 숨겼을까.

세월을 잃어버린 처량함이 켜켜이 쌓여있다.

 

 

 

 

 

 

 

 

크게 짓는다는 대조전도 가을빛에 다소 숙연해지는 모습이 애처롭다.

인정전이나 대조전의 모습이 처량한 탓은 가을이라서기 보다는 내 마음이 처량하고 허전한 탓일게다.

멋진 후손을 짓기 위하여 지어진 대조전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다.

임금이 용의 상징인데 왕비의 거처에 용이 있으면 두마리의 용이 생기게 되므로 분란이 일 것을 염려

하여 대조전에는 용마루를 없앴다고 한다.

재치인지 지혜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다.

 

 

대조전 뒷뜰에는 굴뚝이 아름답다.

연기를 뱉어내는 굴뚝의 조형을 생각하여 지었던 조상들의 정성이 슬기롭다.

 

 

 

 

철이 뒤 바뀐 철쭉.....

단풍지는 이 가을에 꽃을 피워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너는 나 보다 더 외롭구나.

꼭 길 잃은 철새 같다.

 

낙선재는 헌종의 거처로 지어진 건물로서 사치스러움을 경계하여 단청을 하지 않았다.

또한 대원군이 한 때 거처했던 낙선재의 출입문인 장락문 현판은 대원군의 친필이란다..

이번에 처음 알았던 사실인데..

대원군은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 였답니다.

훌륭한 스승에게 배운 필력이 예사롭지가 않죠.

 

낙선재는 창덕궁에서 가장 최근까지 사용되었던 건물로 영왕의 비인 이방자 여사가 1989년까지 이곳에

서 생활하였다 한다.

 

 

후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단풍이 곱다.

도열하듯 알록달록 객들을 맞는다.

나는 곱게 인사를 나눴다.

아직 나무에 좀 더 매달려 있어야 한다고 조용히 하란다..

 

가을을 품은 부용정과 부용지의 모습은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이다.

그 아름아움은 볼 때마다 느낌이 시시각각이다.

가을을 품었다기 보다는 가을에 푹 담궈졌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부용지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에 의해 조성된 연못이다.

사각형의 연못은 땅을 의미하며, 가운데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하고 있다.

 

부용정에서 바라본 주합루는 원래 규장각이 있었던 곳이라 한다.

정조 즉위년에 지어졌으며 주합루 현판은 정조의 친필이라  한다.

 

 

불로문의 가을이다.

이 문을 지나면 늙지 않는다 합니다.

욕심이 생긴다.

가을이야 오든지 가든지 생업을 접고 이 문만 들락날락 거리고 싶다.

불로문은 돌을 이은 흔적이 없다.

큰 바위를 파내서 만든 문이다.

석공의 정성을 봐서라도 이 문을 지나면 욕심을 버리고 오래 살아야겠다.

 

애련지의 가을...

애련정은 숙종때 세워�으며..

'애련'이란 군자의 덕으로 상징되는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애련지의 단풍나무는 말문을 막는다.

가슴속까지 빨갛게 물 드는 동안 나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고궁에 가을만 남겨놓고 나왔다.

예쁜옷을 입고 있다가 벗기 싫은 느낌이다.

어쩌겠는가.

내년에 다시 입기 위하여 벗을 수 밖에...

가을이 풍성해진다.

 

 

* 일     시 : 2007년 11월 4일

 

* 위     치 : 서울시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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