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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백담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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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계곡

 

내설악의 깊은 숨을 토해내는 백담계곡은 100여개의 담이 있어서 백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수억년 동안 고운 빛깔로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계곡에 가을이 물들어 간다.

 

계곡을 따라 걷는 산인의 마음이 순해진다.

도회지에서 찌든 격한 마음을 풀어놓아도 몽땅 다 받아준다.

짜증내지 않고 웃는 모습이 오히려 얄밉기까지 하다.

 

 

단풍잎새를 비집고 흐르는 계곡물..

명경같은 맑은 물에 투영되는 가을 빛.

옹졸했던 내 마음을 내려 놓으려 계곡에 나를 담그면..

나는 또 하나의 담潭이 된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은 내가 된다. 

 

 

 

 

하늘빛 고운 날의 백담은 영혼마저도 맑게 씻어준다.

내가 다시 속세로 돌아가더라고 백담에서 씻어 낸 맑고 깨끗함을 유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맑은 영혼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 배움이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하고..

기도가 모자라..

혼탁한 세상에서 맑은 영혼으로 살아 갈 수는 없다.

 

저 맑은 단풍잎처럼...

맑은 영혼으로 살고 싶다.

내 전부를 꺼내에 씻어버리고 싶다.

다시는 오염되지 않도록 꽁꽁 묶어두고 싶다.

 

 

 

옥빛이 감도는 계곡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담궜다.

내 마음도 옥빛이 되었다.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맑다.

 

 

 

다시 백담을 찾는 날까지...

나는 너의 맑은 영혼을 기억하리다.

세속에 엉켜 살면서도 너의 영혼을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내일 당장 내 마음에 힘들고 지친 때로 가득차더라도..

오늘은 너에게 맑은 모습만 보이고 싶다.  

 

* 일     시 : 2007년 10월 21일

 

*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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