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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꽃 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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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상여]

 

한 번 왔다가 한 번 가는 인생이다. 즐거움도, 화냄도, 기쁨도, 슬픔도 다 버리고 간다. 평생을 끙끙 앓으며 쫓았던 돈, 그리고 땅과 집도 몽땅 놔두고 간다. 살아온 흔적을 새김질하듯 꼭꼭 눌러 담은 아름다운 가족들과, 아웅다웅 다투며 때로는 정겨운 사랑을 이어왔던 행복한 지인들 모두 질긴 인연의 고리를 끊는다.

 

행선지를 물을 필요는 없다. 이정표가 있던 없던 뭔 상관일까. 인위적이든 자연에 순응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타고 싶어 하던 꽃 상여를 탔으니 행복하게 돌아간다. 언제부터인가 자는 듯 죽어서 꽃 상여만 탈 수 있으면 원이 없을 듯했는데, 이제 꽃 상여를 탔으니 삶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인생은, 어머니 배를 차고 나와서 자식들이 이끌어 주는 꽃 상여를 타고 가는 행로이다. 살았던 흔적들은 한순간의 점으로만 기억된다. 혼은 꽃 상여에 담아 하늘에 날리고, 백은 흩어지지 않게 곱게 땅에 묻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처 고모님은 삶의 수채화를 90년 동안 그리다가 팔에 힘이 부쳐 붓을 놓아버렸다. 그 길에 싸움소 한 마리 꽃 상여를 배웅하듯 훈련에 열중이다. 한 여름 더위를 타이어로 끌면서 챔피언을 꿈꾼다. 우직하게 자신의 꿈을 이뤄가기를 빈다.

 

꽃 상여도 영원한 아름다움이기를 기원한다.

명복을 빈다.

 

 

 

 

 

 

 

 

 

 

 

 

* 일    시 : 2007년 9월 7일

 

* 위    치 : 경북 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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