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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時論] 썩은 생선으로는 통조림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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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은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여 이 나라 장래를 맡겨야 하는 중대한 임무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걱정이 태산이다. 통조림을 담을 신선한 생선이 없다.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선정된 사람이나 현재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면면을 볼 때, 한 사람도 대통령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그나마 한두 명 신선한 사람이 있기는 하였지만, 불행하게도 국민들은 썩은 생선냄새에 가려 신선한 생선을 보지 못한다.

 

썩은 생선들의 냄새는 천지에 진동한다. 자칫 그 옆을 지나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썩은 생선냄새에 후각을 망쳐 올바른 냄새를 분별할 수 있는 변별력을 상실하기 일쑤다.

  

현재 기득권을 선점한 사람들이나 위정자들은 걸핏하면 국민을 핑계된다. 국민이 언제 썩은 생선을 원했던가. 국민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 아마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썩은 생선냄새가 몸에 베여 자신의 냄새를 잃어버린 사람들일 게다. 그들만의 국가, 그들만의 정치, 그들만의 국민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려한다.

 

오호통제라!

슬픈 국민들이여. 왜 우리들은 신선한 생선을 가려낼 수 있는 눈빛을 잃었는가.

 

인간이 썩었다 함은 도덕적 결함을 가진 자를 말한다. 적게는 개인적인 치부가 될 수도 있고, 많게는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경험이 있거나, 용서할 수 없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자를 말한다. 특히 정치인이 썩었다 함은, 개인적인 부도덕함과 더불어 부정과 부패로 경선을 치르고, 돈으로 표를 매수하고, 공천을 미끼로 자신의 지지를 보장받는 한심한 작태를 일삼는 자를 말한다. 그런 자들이 국가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여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자기만은 정말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왜 우리는 썩은 통조림의 역겨운 맛에 길들여져야 하는가. 국민들이 우매한 탓일 게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썩은 통조림을 먹고도 배탈이 나지 않는 내성이 길러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위정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신선한 생선을 보면 뻣뻣하다고 손가락질하며 내장에 음식이 아직 덜 소화되어서 비린내가 난다고 험담을 늘어놓고 국민들은 거기에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현 참여정부가 국가의 장래를 맡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참신하고 도덕적 결함이 없다는데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우리는 우리의 꿈이 허상이었음을 절절하게 깨달아야 했다. 구석구석 부패하지 않는 곳이 없고, 틈 있는 곳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그래서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희미하게나마 희망 한 자락도 남겨주지 못했다. 설령,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도덕성과 신뢰만 있었어도 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등을 돌리지는 않았으리라.

 

또, 다시 우리는 썩은 생선으로 통조림을 담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나. 썩은 생선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통조림을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통조림 만들기를 포기해야 하나. 위정자들은 투표를 행사하지 않으면 신성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호들갑 떨면서 민주주의의 정의를 한 몸에 안은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가소로운 일이다.

 

썩은 생선으로 통조림을 만들 바에는 통조림 만들기를 포기하는 게 양심을 가진 어부다. 차라리 조금 썩었다 싶으면 통조림을 만들게 아니라 젓갈을 담가야 한다. 비릿하게 생선 썩는 냄새쯤이야 소금 잔뜩 뿌리고 발효시켜서 젓갈을 만들면, 배 불리 먹지는 못하겠지만 배탈을 만나거나 실망할 일은 없다.

 

썩은 생선들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신선한 생선은 가시가 성해서 목에 걸리기 쉽고  독소가 있을 수 있다고 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에게는 조금의 독소나 가시는 큰 문제 될 게 없다. 그것은 통조림을 만들어 삭히는 과정에서 다 정제되고 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신선한 생선의 가시와 독소를 염려하여 많이도 속았다. 그래서 썩은 통조림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썩은 생선을 가려낼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뜨자.

썩은 생선으로는 통조림을 담지 않는 어부의 양심을 배우자.

썩은 생선으로 만들어진 통조림을 신선하게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는 그동안 민주주의 국민이 투표권을 포기하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줄로만 알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썩은 생선이라도 좋으니 통조림을 담고 보자는 위정자들에게 속아서 그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은 국민 된 한 사람으로서 씻지 못할 역사적인 죄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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