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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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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열두 봉우리가 나그네의 눈길을 잡는다.
그 연화봉 기슭 한 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1351-1426)에 의해 중창된

천년 고찰이다.

 

청량산 의상봉 8부능선쯤에 자리잡은 청량사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왜 절에 오르는가?

부처님을 만나러?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구복기도를 위해?

글쎄.....

절에 오르는 사람마다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겠지만, 가파른 청량산을 호흡을 몰아가며 올라가면

자신이 원하던 절반을 절에 도착하기도 전에 얻는다.

 

 

초파일행사를 준비하느라 연등을 달았다.

갖가지 소원을 적은 꼬리표가 달려있는 연등은 불자들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줄까.

물론 들어 주겠지..

시기와 방법, 정도의 문제겠지만...

 

범종각 뒤편에 있는 우물이 재미있다.

우물각 천정에서 물이 쪼로록 내려온다.

다 같은 우물이라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시는 것 같아 한결 더 청량하고 가슴의 잡념을 씻어내어

준다.

 

유리보전이다.

대부분의 절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이 대웅전이지만, 청량사는 약사여래부처님을 모시는

이유로 법당이 유리보전이다.

 

몸 하나 겨우 붙일 수 있을 만큼 가파른 청량산 비탈에 자리잡은 청량사는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열악한 비탈에 절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스님들이 공부하는 선방은 오월의 푸른 기운을 받은 선한 빛이 곱다.

 

 

 

뜰에 하얀 민들레가 피어있다.

청량사에 대한 기억을 아름답게 각인시킨다.

 

법당 앞 마당에 짜투리 땅을 겨우 빌어 탑을 올렸다.

아찔하리만큼 두렵지만, 신성하고 참한 기운을 내어준다.

 

 

저 아이들은 무슨 마음으로 정성스런 절을 올릴까.

 

 

청량산의 최고봉인 의상봉은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께서 입산수도 한곳이라 의상봉이라 불리며,

이곳을 비롯해 보살봉, 연화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있고 어풍대, 밀성대, 풍혈대, 학소대,금강대 등

12개의 대와 8개의 굴과 4개의 약수터가 있다.

 

 

 

 

 

 

절에 오른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담긴 차를 파는 안심당의 닥나무 종이 인형이 깨달음을 얻은

소탈한 웃음으로 객을 맞는다.

 

 

오미자차가 곱다.

맛깔스런 색깔과 향기에 지친몸이 먼저 알고 입맛을 당긴다.

오미자차의 첫 맛은 오랫동안 기억되어진다.

절을 떠난지 오랜시간이 흘렀어도 혀 밑에 침이 쭐쭐쭐 나온다.

 

청량사는 해마다 산사음악회를 연다.

주지스님이신 지현스님께서 산촌의 열악한 문화향수를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하여 음악회를 여는데,

해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발 디딜틈없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청량사 입구에는 범종각 뒤뜰에 있는 하늘에서 내린 우물의 여유분을 흘러 보내는 물홈통이 정겹게

이마를 맞대고 절을 찾는 불자들의 심성을 잰다.

작은것 하나에도 스님들의 정성이 소록히 베여 있어서 행복의 여운이 길다.

청량한 기운을 넘치게 받고 되돌아오면서 청량사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 일    시 : 2007년 5월 6일

 

* 위    치 :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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