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이현보)종택
강호문학을 대표하셨던 농암 이현보 선생님의 종택에는 18대 후손인 주손 이성원 선생님께서 맏종부님과 함께 종택을 꿋꿋이 지키고 계신다.
농암종택 입구는 낙동강이 휘 돌아 감겨 종택의 안녕을 챙긴다.
농암종택 들어가는길에 사과밭에는 사과꽃이 막바지 봄 햇살에 온 몸을 드러내고 있다.
선비의 향을 좇아 가는 우리들을 겸손하게 반긴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라고 자처하는 경상북도 안동시에는 퇴계종택을 비롯하여 47개의 종택이
보존되고 있다.
이중 일부 종택에서는 선비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어부가' '농암가'의 저자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주손인 이성원 선생이 종가의 향기와 역사를
600년 이상 자랑스럽게 이어오고 있는 농암종택에 하루를 머물며 선비의 아름다운 향기를 체험했다.
낙동강을 꼬옥 끌어안고 겸손하게 자리잡은 종택의 긍구당에 여장을 풀면 선비의 향이 저절로 몸에
베인다.
밤에는 종택앞을 휘돌아 가는 강물 흐르는 소리에 스트스레가 저절로 녹아 풀리고, 아름다운 새소리는
온갖 시름으로 잠을 설치던 우리들을 곱게 잠들게 한다.
선조임금께서 곧고 강직하며, 베풀기를 좋아했던 아름다운 적선 집안인 이현보 종가에 하사하셨다는
'적선' 친필이다. 종가의 자랑이며 선비의 자부심이다.
농암종택에는 영정을 비롯한 보물들과 지방문화재들이 여럿있다.
조상의 아름다운 유산은 후손들에게 보물이 되고 역사가 되고 교훈이 된다.
사랑채에서 긍구당쪽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천하절경이다.
사실, 현재의 종택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종택의 자리는 아니다.
원래의 종택은 임하댐 수몰지구에 있었는데, 수몰시에 현재의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터를 잡고
예전의 건축들을 그대로 옮겨와서 다시 지은 건물들과, 일부는 다시 지은 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농암종택 앞에서 낙동강변을 따라 나 있는 숲길은 예전에 퇴계선생이 자주 산책하던 '예던길"이다.
퇴계선생은 이 길을 거닐면서 성리학의 완성을 꿈 꾸며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를 만들었을까.
강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물길이 순해서 스스로 자연의 천기가 열려 몸에 스며드는 듯한 착각이 든다.
종가는 종부가 지킨다.
종부는 선비문화를 체험하고자 들른 길손들에게 양반가의 소박하고 담백한 선비음식을 정성껏 차려
내어 놓는다.
종가를 이어왔던 선비의 음식에는 그들만의 자부심이 우러나고, 종부는 상냥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객들의 안부를 여쭙는다.
우리들은 오랫동안 농암종택의 역사와 풍경과, 맏 종부의 아름다운 마음을 기억할 것이다.
한동안은 종부께서 마련해주신 식사에 대한 정성과 향기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세상 살다가..
스트레스에 엉겨서 내일이 두렵거든, 다 던져버리고 종택에 들러 종부의 정성어린 대접을 받아보시라.
인생의 새로운 향기를 느끼리라.
* 일 시 : 2007년 5월 5일
* 위 치 :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 장 소 : 농암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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