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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청도 - 정해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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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 - 정해년의 봄

 

멀리 제주의 향을 듬뿍 싣고와 청도 어느 꼴짜기 담자락에 유채꽃이 향기를 재운다.

제주 처럼 대단지로 심어서 기름을 가공하고자 심는게 아니라,

겨우내 참았던 푸성귀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고자 틈틈이 쬐끔씩 심었던 유채가 이제 그 향기를 마음껏

자랑하니 눈이 시리다.

 

청도는 양파를 많이 심는다.

예전에 보리를 심어서 이모작 했던 논에 양파를 심어서 농가의 소득을 보탠다.

정성스럽게 자란 양파가 싱그럽다.

잘 생긴 만큼 가격도 좋으면 농민의 시름을 덜어줄텐데...

마음이 짠하다.

 

대파 꽃이 탐스럽다.

꽃을 보기위해 가꾸었던 다른 꽃 보다도 더 탐스런 대파 꽃은 부러울게 없다.

 

4월이면....

송화가루 날리던 고향 언덕을 떠올린다.

소나무들이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노란 송화가루가 온 산을 뒤 덮는 날에는 고향 냄새 같은 솔 내음을 가슴 가득 담아야겠다.

 

떡갈나무도 꽃을 피웠다.

밤나무 꽃 처럼 꽃술을 늘어뜨리고 지난밤 꿈자리에서 맴 돌며 애태웠던 님을 기다린다. 

 

조팝나무도 청도의 봄에 한 자락 뽐을낸다.

조로 지은 밥을 닮았던 조팝나무를 보며 옛 조상들이 배 부르게 먹고자 했던 꿈을 찾는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논에 댈 물을 가득 담은 저수지가 넘실거린다.

덩달아 내 마음도 풍요롭다.

저수지 가득 담긴 물을 다 뽑아낼때쯤이면 우리는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테야...

 

물빛 고운 틈에...

강태공은 낚시를 즐긴다.

산란기를 살짝 넘긴 시점이라 조황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월척을 비롯한 멋지고 싱싱한 붕어들이 망태 안에서 아직은 자투리 자유를 즐긴다.

 

 

 

복사꽃은....

예쁜님 마중을 끝내고 향기를 접으며 눈물을 훔친다.

늦은 시중에 아직 옷 매무새를 다 감추지 못한 몇몇송이 애처롭다.

 

 

언제나 배고픈 우리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보리를 볼때마다 나는 가슴을 울먹인다.

요즘은 보리쌀을 수확 할 목적보다는 보리차를 만들기 위한 재배일텐데...

보리이삭을 주울때면 달콤한 참외를 생각나게 했던 보리는 내게는 희망이다.

내가 지쳐 힘들때마다 보리를 만나면 힘들 얻는다.

그래

보리야 !!

앞으로도 언제나 내 곁에서 희망과 꿈을 만들어주렴...

 

 

팔조령에서 내려다 본 청도 풍경이다.

하늘이 맑지 않아서 멋진 모습을 담지는 못했지만, 내 가슴에는 행복한 마음 듬뿍 실을 수 있었다.

 

 

* 일    시 : 2007년 4월 22일

 

* 장    소 : 경북 청도군 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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