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06년 11월 26일
2. 산행코스 : 원터골 - 매봉 - 옥녀봉 - 양재동 화물 터미널
3. 산행시간 : 2시간 30분
가을이 지고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보다는 자연스럽다.
도심의 가을도 다이어트 하나 보다.
가로수 낙엽들은 제 자리 찾아 떨어져가고 허물만 쌓여간다.
하늘이 흐리지만 시야는 넓다.
좀 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청계산 매바위에서 탁 틔인 시야의 끝을 가늠키 어려울정도로 넓다.
가을이 저물어가는 자리에 구름 가득한 하늘밑으로 넓은 세상이 이채롭다.
이 구름을 걷으려면 아무래도 한 줄기 가을비를 쏟아야 할 것 같다.
가을비 내리고 나면 이내 추워질텐데....
가을이 진 자리는 추위로 메워질라나?
지난 여름에 둥지를 턴 까치는 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이제는 빈 둥지만이 겨울을 준비한다.
천리마처럼 으스대며 달리던 경마장의 말 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겨울을 준비하는걸까.
낙엽송의 짧고 가는 낙엽이 곱다.
노란색의 앙증스런 모습이지만, 모여 있으면 훌륭한 채색이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겠지...
집 앞에 분에 심겨져 있는 장미와 철쭉이 철 모르게 꽃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운다.
아마 계절을 착각했나보다.
나무도 계절을 착각해서 꽃을 피우는데...
하물며 사람이 건망증 좀 있다해서 무슨 허물이 될까.
그렇지만,
철 늦은 철쭉꽃이 왠지 추워보인다.
이 계절에 꽃을 피워서 어쩌겠다는건지...
내년 봄에 다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뵙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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