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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30. 주왕산

by 桃溪도계 2006.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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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행일시 : 2006년 10월 28일

2. 산행코스 : 상의매표소 - 대전사 - 제 1폭포 - 제 2폭포 - 제 3폭포 - 주왕산 정상(722m) -  대전사 -

                  상의매표소

3. 산행시간 : 4시간 30분

 

 

바삐 자취를 감추는 가을의 꼬리를 붙잡고 따라 들어갔다.

가을은 거기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늦은 저녁에 열중이다.

우리는 객적게 어눌한 말투로 말을붙이며 친한듯 도란거렸다.

산 입구에는 우리와 같이 가을 친구를 마중나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가을 계곡 바닥에 물이 멈추듯 흐른다.

모래 한알한알 모두 헤아릴 수 있을듯이 명경수 같이 맑다.

은어떼들이 생각없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시선을 끈다.

은어떼들은 가을을 어떻게 즐기는걸까.

곧 닥쳐올 차가운 겨울엔 어디에서 겨울을 날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호흡을 헐떡거리며 다소 상기된 얼굴과 병풍처럼 어이지는 가을을 호기심으로

맞고,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은 느긋하게 투덜투덜 걸으며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무거운 가슴을 안았지만,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바위가 우뚝 서 있다.

머리엔 머리카락이 겸손하여 나를 닮았고, 흰머리도 많이 늘어난 걸 보니 세월을 품어 안은지

꽤 오랜 시간동안 서 있었나보다.

저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안녕과 행운을 기도했다.

 

 

바위틈새로 보이는 하늘이 우리나라 지도를 닮아 재미있다.

주왕산에는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남녀노소에 따라, 보는 사람의 심리상태에따라 각각 다른 모습의 그림을 그려놓는다.

 

제 1폭포의 정경이다.

그리 크거나 위엄있는 폭포는 아니지만 얌전하게 넓은 소를 가진 포근한 폭포다.

 

 

 

1폭포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2 폭포가 가뭄에 지쳐 겨우 생명을 유지하듯 가녀린 물줄기를 내려놓는다.

폭포를 찾아갔던 사람들이 작은 물줄기에 다소 실망을 보이면서도 아기자기한 폭포의 형상에 위안을 갖는다.

 

제 2폭포 맞은편 벽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간직한 작은 돌탑들이 호흡만 크게 해도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하게 간신히 바위에 붙어있다.

 

캔에 빨대를 꼽고 다 빨아마시고 나면 마지막에 꾸르륵 소리나듯  

제 3폭포에도 수량이 모자라 겨우 허기를 면하듯 졸졸 흐른다.

수량이 풍부한 날 저 폭포에 힘이 넘쳐 내 가슴을 두드리는 날 다시 한번 경건한 마음으로

배알하고 싶다.

 

 

제 3폭포앞에 금강송 한 그루가 제 맘껏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쭈욱 뻗어있다.

 

산 허리 밑에서 비교적 수분을 많이 섭취한 나무들의 단풍은 그래도 제 때깔을 감추지 않고 마음껏

아름답다.

고운 선이며 색깔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한동안 지우기 어려울 것 같다.

내년 가을을 기억하기 위하여 가슴 깊숙히 종자 빛깔로 재워 두어야겠다.

 

 

 

 

 

 

인간들은 살아가면서 수 많은 흔적을 남긴다.

동물들이 자기 영역표시를 위하여 배설물로 흔적을 남기듯

송진을 채취하여 생계를 꾸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주왕산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자연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말 몹쓸짓이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라고 타일렀건만, 인간만 살아 남겠다고 저렇게 남긴 흔적들은

수십년간 흉물스럽게 상처로 남아있다가 끝내 고사되고 만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남긴 상처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나... 

 

 

 

 

 

 

주왕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어린아이 한명이 자기가 태어나서 가장 높은곳에서 멋지고 시원스럽게 오줌을 갈긴다.

그 뒤에서 벼랑에 떨어질새라 목덜미를 잡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이 사랑스럽고 재미있다.

저 아이에게 주왕산은 오물을 버린 산으로 기억될까.

그것은 아니다.

저 아이의 오줌은 결코 자연에 오물은 아니다.

그저 자연 친화적인 인간과 자연의 호흡 매개체일뿐 ...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것 또한 자연이다.

  

 

 

 

산을 내려오며 청량한 공기에 마음껏 젖었던 가을날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내 생활터전에서 또 다른 청량제가 될 것이다.

산은 아름답고 공기는 맑았다.

덩달아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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