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評]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지은이 : 알랭 드 보통
1969년 스위스 취리히 태생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외 다수
옮긴이 : 박중서
출판기획 및 번역가
(번역)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해바라기’ 외 다수
발행일 : 2011년 9월 26일
펴낸곳 : 도서출판 청미래(336쪽)
[종교를 비운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책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종교의 허무와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글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섰다. 그러나 책은 예상과 다른 길로 독자를 이끈다. 신을 부정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종교의 필요를 되묻는다. 다만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인간을 지탱해 온 형식에 대한 질문이다.
솔직히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몇 번이나 되돌아가며 문장을 더듬듯 읽어야 했다. 저자는 종교를 초월적 진리의 체계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에 의한 산물로 본다. 예컨대 교회는 단순한 신앙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위안을 제공하는 공동체의 모델이며, 설교는 삶의 방향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는 일종의 장치다.
드 보통은 현대의 인간과 사회를 향해서 주장한다. 종교를 하늘에서 내려온 진리이거나, 완전한 허구로 나누는 이분법을 버릴 때 비로소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기존의 종교가 가진 미덕들과 제도들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유용하고 위안이 되기 때문에, 무신론자들 각자는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그 속에서 사랑, 믿음, 관용, 정의, 절제 등의 미덕을 배우고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단순한 무신론자, 반종교 주의자가 아니다. 그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소외를 극복하고 사랑과 믿음을 실천함으로써, 공동체 정신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지혜와 희망의 철학을 강조한다.
그는 또한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낙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쉽게 잊고, 흔들리고, 외로워하는 존재로 본다. 그래서 진리를 한 번 깨닫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반복적인 상기와 의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목은 종교를 단순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맞춘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종교를 기능적으로 분석하는 통찰은 빛나지만, 신앙이 지닌 깊이나 초월적 체험의 의미는 다소 옅어진다. 또한, 종교의 형식을 세속적으로 차용하자는 제안은 흥미롭지만, 그것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막연하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종교를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종교를 떠난 시대에 오히려 종교를 다시 읽게 만드는 책, 그리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현실적인 철학서임은 분명하지만, 책을 덮고도 개운하게 이해되지 않은 점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2026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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