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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書評

[書評]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書評]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

18997,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출생, 19617, 미국 아이다호주 케첨에서 사망

소설가, 기자

(저서) ‘무기여 잘 있거라’,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옮긴이 : 안은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 박사, 동의대학교 교수

(번역) ‘피터팬’, ‘베이비 인 맨해튼

 

펴낸곳 : 시공사(761쪽)

발행일 : 20123

 

[나를 향한 종소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독자에게도 익숙한 제목이지만 처음 접하는 고전이다.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4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375월 말의 어느 사흘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의 참상과 허무를 응시해 온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전은 인민전선 정부의 공화 진영에 대하여 군사반란을 일으킨 국민 진영과의 내전이었지만, 유럽의 제국주의 파시즘 세력 대 사회주의 아나키즘 세력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작품의 토대는 국제여단 의용군으로 참가한 미국인 게릴라 로버트 조던의 이야기다. 세고비아 남동쪽 과다라마산맥 어느 산중의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게 된 로버트 조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헤밍웨이가 전쟁 중에 경험하고 실제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영국 시인 ‘John Donne’의 시구 ‘(...)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생명을 감소시키는 것은, 내가 인류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에서 따왔으며, 인간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한다.

 

헤밍웨이는 1952노인과 바다를 발표해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명예를 얻었지만, 그는 말년에 과대망상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1961년 아이다호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세계적 명성과 개인의 비극이 교차하는 그의 삶 또한, 한 편의 소설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죽음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다. 전쟁은 대개 국가와 이념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상처 입고 소멸하는 것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이러한 전쟁의 거대한 명분 뒤에 가려진 인간의 고독과 연대, 사랑과 죽음을 밀도 있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미국인 청년 로버트 조던은 스페인 내전에 자원하여 공화파 게릴라 부대와 함께 다리 폭파 임무를 맡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순한 전쟁소설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본질은 임무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완성해 가는가에 있다.

 

헤밍웨이는 특유의 대화체 전개와 절제된 문체로 전쟁의 참혹함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총성과 폭발, 죽음과 공포는 반복되지만, 그것이 독자를 압도하는 방식은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기에 더 서늘하다. 죽음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인물들은 영웅적으로 빛나기보다 흔들리고 망설이며 두려워한다.

 

다만, 로버트 조던이 다리를 폭파하기 위하여 준비하던 70시간 동안, 그와 함께하는 대원들과의 전개 과정이 다소 지루한 면이 있어, 이야기는 서사적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만해지며 독자의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지는 구간도 존재하는 점은 오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로버트 조던의 연인 마리아의 등장부터는 전쟁터에서의 사랑과 전쟁을 준비하는 게릴라 대원들의 긴박감이 긴장감 있게 잘 표현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이다. 죽음이 가까운 상황에서 피어난 사랑은 더 절실하고 순수하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에 그들이 나누는 짧은 시간은 오히려 삶의 본질을 응축한다.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가운데서도 인간은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게릴라 대장 파블로의 비겁함, 필라르의 강인함, 안셀모의 인간에 대한 연민, 조던의 신념과 회의가 교차하며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혁명 역시 절대적으로 숭고하지 않으며, 대의명분 아래 인간성이 훼손되는 모순 또한 적나라하게 제시된다. 이는 이념보다 인간 자체를 먼저 바라보는 헤밍웨이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의 의미는 작품을 읽고 나서 더욱 깊어진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린다.’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타인의 일이 아니다. 인간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대륙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쟁 속 한 개인의 희생은 결국 인류 전체의 상실이라는 메시지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70시간이 70년처럼 느껴졌던 전쟁터에서의 사흘간의 시간을 통하여, 이 작품은 전쟁소설을 넘어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사랑하고 싸우며 신념을 지키려 하는가. 로버트 조던의 마지막 선택은 그 질문에 대한 헤밍웨이식 대답처럼 보인다. 삶의 길이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가가 인간의 품격을 결정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끝내 묻는 소설이다. 읽고 나면 거대한 서사보다 한 사람의 숨결과 체온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작품의 종소리는 특정 시대의 전쟁을 넘어 오늘의 삶에도 잔잔히 울려 퍼진다.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라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진실. 헤밍웨이는 그것을 가장 장엄하고도 조용하게 들려준다.

 

책을 덮으며 묻게 된다. 이 종소리는 결국 누구를 향해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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