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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북한산 숨은벽

[첫눈 품은 숨은벽]

 

눈 내리면 설렌다. 특히 산꾼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상청 예보를 들추며 덕유산으로 갈까, 태백산으로 갈까. 차라리 북한산으로 갈까. 북한산에 눈이 있다면 굳이 멀리 갈 이유도 없다. 그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편인 숨은벽 능선을 오르기로 했다. 눈 쌓인 숨은벽에 아이젠을 차고 오르는 건 처음이다. 고통을 즐기는 무리들은 '고통 없이는 인간의 진화도 없다'라는 신념이 있다.

 

위험지수가 높아서인지 산길이 한산하다. 사람이 붐비지 않으니 한적해서 좋기는 하다. 초입에서 1.5km 정도 올랐을까. 바윗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차지 않고는 오를 수 없겠다. 인천에서 혼자 왔다는 여성 산인이 위험한 구간에서 도움을 청했다. 북한산은 처음이라는 그는 초행길에 숨은벽 눈길을 택했다. 숨은벽은 날씨가 좋은 날에 올라도 쉽지 않은 코스다. "어떻게 혼자 숨은벽 코스를 오를 생각했어요?"라고 여쭸더니, "겁이 없어서요"라며 웃는다.

 

산은 자주 오른다는데, 겁이 없다기보다는 대담한 편이었다. 숨은벽 넘어가는 길에 몇 번 손을 잡고, 발을 받쳐줘서 안전하게 인도했다. 아무튼 난도가 높은 코스를 정했지만, 눈 쌓인 겨울 북한산 풍경을 접했으니 그에게는 행복한 산행이었으리라. 숨은벽 능선 앞에 서니 오로지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눈 산의 풍경 앞에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숨은벽 지나 가파른 돌길을 호흡 몰아가며 올랐다. 백운대 입구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그는 정상 인정하러 백운대로 향하고 우리 일행은 우회했다.

 

백운동 암문 지나 성곽 따라 난 오르막 내리막길을 운율 따라 걷는다. 성벽 지붕에 쌓인 눈은 백룡이 누운 듯 기세가 서려 산꾼의 어깨를 펴게 한다. 또 한 편으로는 피아노 건반을 닮은 것 같기도 하여 리듬 따라 걸으니 장거리 산행임에도 발걸음이 가볍다. 언뜻언뜻 보이는 시내 풍경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명경이다. 탁 트인 서울 시내의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마치 성냥갑을 세워 놓은 것 같아, 저 아래의 삶과 이 능선의 고요가 묘하게 어울린다.

 

대남문 지나 청수동 암문에서 성벽과 작별한다. 멀리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햇빛이 한강에 부서지며 은빛 띠를 만든다. 이어서 비봉능선을 따라 향로봉 매듭에서 연신내 쪽으로 방향을 정하여 하산한다. 첫눈 내린 북한산을 가슴에 가득 담았으니 행운이 따랐다. 올 겨울 눈 산행을 기대하며 긴 하루를 마친다. 

 

 

[산행 일시] 2025년 12월 06일

[산행 경로] 효자2동 - 국사당- 숨은 벽 능선 - 백운동 암문 - 대동문 - 대남문 - 청수동 암문 - 비봉 - 향로봉 - 연신내역(15km)

[산행 시간] 6시간 30분

 

숨은벽
도봉산
숨은벽
인수봉
노적봉
대동문
북한산성
롯데타워
비봉, 사모바위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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