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따라 흘러온 가을을 접으며]
가을의 마지막 뜨락에서 고요하고 섬세한 빛을 온전히 받아들며 그 옛날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던 삼악산을 오른다. 산길은 변함없이 가파르고 고르지 못한 호흡을 가늠하느라 가슴이 더 크게 뛴다.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 산에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의 성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결코 쉽게 흘러갈 생각이 없는데, 인간은 쉽게만 살아갈 마음뿐이다. 나도 그렇다.
삼악산에서 내려다보는 의암호 풍경은 단연 제1 경이다. 가을이면 설렘 안고 의암호를 무대로 달렸던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달리기 인구 덕에 접근조차 쉽지 않다. 올해도 아쉬움 가득 안고 돌아서야 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내년에는 춘천마라톤에 참가하여 저 길을 다시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용화봉 정상을 지나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길은 특별한 풍경은 없지만 경사는 한결 완만하다. 마지막 주렴폭포, 등선폭포 구간에 이르면 산세와 어울리지 않게 깊은 협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상치 못했던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산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협곡 사이로 계곡 물이 흐르지만, 계곡에 담긴 하늘은 흐르지 않는다. 눈이 아니라 마음의 시선으로 계곡에 비친 하늘을 담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흘러온 계절을 조용히 보내며 가을을 접는다.
[산행 일시] 2025년 11월 22일
[산행 경로] 의암매표소 - 상원사 - 정상(용화봉) - 등선폭포 매표소(5km)
[산행 시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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