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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가덕도 외양포

by 桃溪도계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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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신공항이 들어선다는 기대감과 생존권이 침해당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섬이 되었다. 대항항을 중심으로 신공항 부지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주민들 간 갈등의 샛바람이 불씨를 키우고 있다. 담벼락이 없어도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았었는데, 그놈의 공항인지 뭔지 들어선다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항은 들어설 것이고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현실과 타협할 수 없다며 핏대를 올려가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가덕도는 조용한 어촌마을로 존재할 운명은 못되는가 보다. 1904년부터 일본군이 주둔하여 포 진지로 활용되면서 조선을 침략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을 것이며, 동시에 부산을 지키는 해양기지가 되었을 것이다. 외양포항에 터를 잡은 포 진지는 국수봉을 등에 지고 외양포 앞바다를 품어 안은 천혜의 요새다. 
 
이곳에는 일본군이 주둔했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엄폐막사 2개소, 탄약고, 3개소, 총 6문의 포좌를 설치하여 280mm 유탄포를 배치하였다. 사령관실, 병사 숙소, 헌병부, 우물, 목욕탕, 화장실 등의 시설들이 골격을 유지한 채 버티고 있다. 사람들이 살면서 조금씩 훼손되기는 했어도 원형이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외양포를 지키고 있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가덕도는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해 갈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시간이 머물다 간 자리인 만큼 고스란히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외양포항은 신공항 주 시설이 들어 설 대항항 바로 옆이어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음 등의 문제로 주민들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함이 많겠지만,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록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포진지가 들어서든지, 공항이 들어서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화는 그 옛날 포소리를 기억하려는 듯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 오월의 장미는 가슴 미어지도록 붉다 못해 푸르다. 엉겅퀴는 보랏빛 染度염도를 더욱 선명하게 높이고, 멀리 밍크 고래의 날숨을 품은 바람은 오롯이 그 향기를 외양포에 뿌리며 역사의 다짐을 새긴다. 
 
외양포 고개 넘어 새바지항에도 군사용으로 사용했던 동굴이 서너 개 남아 있다. 일본군은 가덕도를 요새로 사용했음이 분명하다. 백 년 전 앞뒤 분간 없던 침략의 포 소리를, 이제 세계를 향한 비행기 소리로 뭉갤 것이다. 속절없이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더 이상 우리 땅, 우리의 가슴에 상처를 허락지 않을 것이다.
 
[일    시] 2023년 5월 20일
 

천성항
해당화
우물
일본식 민가 가옥

 

우물
창고
목욕탕
화장실
엄폐 막사
탄약고
포좌
백선
큰엉겅퀴
엄폐 숙소 / 포좌
조뱅이
병사 숙소
일본식 가옥
외양포 항

 

외양포항
새바지 항
인동초
새바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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