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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설악산 흘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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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은 설악이다.
단풍이 아직 제대로 물들지 않았지만 설악에 들어서면 더 이상의 바람은 의미 없는 욕망이 된다. 친구들과 함께 설악에 든 것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설악의 치맛자락이라도 잡고 칭얼거려야 건강한 겨울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산을 즐겨 찾는 山人으로서 설악에 대한 기본적인 예를 갖추는 절차다.

흘림골은 2015년에 엄청난 폭우로 계곡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동안 정비를 하고 계단과 데크를 만들어 안전한 탐방로를 확보하여 금년 9월에 7년 만에 재개방하였다. 지금은 하루에 5,000명만 입장할 수 있도록 예약제로 관리하고 있다. 연휴를 맞아 많은 산객들이 줄지어 등선대로 오른다. 근교산 위주로 다녔던 친구들도 설악산에 도전한다는 설렘이 있었지만 힘들지 않다는 꾐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나 보다. 여심폭포를 지나면서부터 가파른 산 길에 혀를 길게 빼고 시부렁거린다.

등선대에 올라서면 설악의 귀때기청봉을 비롯하여 대청봉, 중청봉을 조망할 수 있어서 올라올 때의 잠시의 고통은 싹 사라진다.
친구야! 우리가 넘어갈 수 있으면 언덕이 되고, 넘어갈 수 없으면 절벽이 된다.
설령 절벽이어도 우리가 넘어갈 수 있으면 언덕이 되는 까닭을 이제는 알 수 있으리라.
그래서 흘림골 등선대는 우리에게 언덕이 되었다.

최근에 비가 잦아서 수량이 풍부해진 설악은 마음껏 물을 쏟아낸다. 폭포마다 시원하고 우렁차게 양껏 쏟아지는 물줄기에 묵힌 근심을 풀어내어 흘려보내니 가슴이 텅 빈다. 설악에 오를 때에는 갖은 욕망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폭포에 근심을 풀어내고 하산하는 길은 마냥 가볍고 기분 좋은 울림이다. 욕망을 내려놓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이렇게 조금씩 내려놓다 보면 언젠가는 달관하는 날이 올 거야.

하산 지점에서 오색약수를 맛봐야 하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포기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뭔 걱정이겠어.
친구야! 오늘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자.
경험은 백전노장을 만든다. 수많은 경험이 쌓이면 굳이 산에 올라서 道를 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산행 일시] 2022년 10월 8일
[산행 경로] 흘림골 입구 - 여심폭포 - 등선대 - 등선폭포 - 12 폭포 - 용소폭포 - 오색약수터(6.3km)
[산행 시간] 4시간 20분

칠형제봉
여심폭포
큰바위 얼굴
집게바위
등선대 정상
등선폭포
12폭포

 

용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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