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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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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를 떠난 고기들처럼]

 

싸락눈이 사그락 거리는 날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은 멀리 있었다.

꽁꽁 언 발을 호호 불어가며 목젖이 데도록 군고구마를 급하게 먹던 그날처럼 바다를 떠난 물고기들이 산호초를 찾아 덕유산에 오를 즈음엔 싸락눈도 아무 일 없는 듯 옷고름을 고쳐 매고 있었다.

 

여린 햇살이 흩어지는 틈을 골라 숨을 몰아 뿜어내니 바다는 그냥 허허롭게 웃는다.

물고기들은 애초에 덕유산을 떠났고 그를 따라 산호초도 시들어버린 사연은 기운을 잃어 거미줄에 묶인 자명종을 닮아있다.

 

울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상하여 터지는 날에는 웃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 다독일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우리는 흩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으니 숙명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산호초를 떠나 흩어진 고기들처럼 울지 않기로 했다.

 

[산행 일시] 2022년 1월 9일

[산행 경로] 무주리조트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탐방지원센터(12km)

[산행 시간]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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