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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인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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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경모!

만나자마자 배꼽을 쥐어 틀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이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여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오랜만에 등산을 함께 하기로 작정하고 수원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경복궁역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지하철 이용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티켓 구매하고 보증금 환불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무사히 해결해 낸 자신이 대견스러운 듯 예의 그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차에 미경이 친구가 걸려들었다. 미경이는 수리가 필요치 않다고 손을 젓는데 경모는 친구가 의리 없이 못 본 척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수리 적임자임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통에 다들 배꼽을 잡았다. 친구란 짓궂은 얘기를 섞어가며 수다를 떨어도 서로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 참 편한 관계다.

 

수원에서 자칭 건달을 자처하며 살아온 친구는 세상에 대하여 거리낌이 없다. 물론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경모는 별 두려움이 없다고 자락을 깔아 놓고 살아간다. 두둑한 배짱과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감각은 천부적으로 타고났다. 그러기에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은 아무렇게나 살아간다고 얘기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경우가 반듯하고 불의에 꿇지 않으며 친구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런 친구도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가 그리워진단다. 누구나 공감하는 명제일 것이다.

 

날씨가 더워서 계획했던 북악산은 포기하고 하산했다. 족발집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갈증을 풀고 소주 몇 잔 마시며 우정의 매듭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시간은 행복했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일 텐데 호기롭게 음식값을 계산하던 친구의 잔정이 느껴져 고맙다. 항상 버릇처럼 하던 말이 생각난다. 돈 벌어서 뭐하겠나. 친구들한테 술 한 잔 사는 게 대빵이지.

 

경모야!

니 말이 꼬챙이다.

항상 건강 잘 챙기고 멋지게 살자.

산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더 좋고....

 

[산행 일시] 2021년 6월 19일

[산행 경로] 경복궁역 3번 출구 - 황학정 - 인왕산 - 기차바위 - 청운공원 - 경복궁역(6km)

[산행 시간] 3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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