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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자신에게 당당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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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마라톤 대회는 일절 중지된 상태이다.

국가 방역단체의 지침이니 몸이 근질거려도 그저 눈치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부터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려워 마라톤을 조금씩 밀춰놓기 시작했었는데, 바이러스가 겹치면서 마라톤을 잠시 접어둔 상태였다.

그러다 바이러스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언제까지 이렇게 움츠려야만 할지 답답함이 늘어갈 작년 년말쯤부터 마라톤을 함께했던 멤버들과 양재천에서 연습하기로 마음을 굳히니 대회를 참석하는 기분처럼 그럴듯했다.

 

마라톤은 장거리 운동이다.

육체적인 한계도 극복해야하는 과제이지만,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도 마라톤의 한 축이다.

이번에 멤버들과 함께한 마라톤은 풀코스가 아닌 연습 마라톤이어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은 덜하지만 스타트 라인에 발을 올려놓기까지 부담감은 여전하다.

무사히 마지막 한 발을 피니시 라인에 제대로 디딜 수 있을까.

심리적 압박감을 덜기 위하여 음악을 듣거나 관심 있는 유튜브를 들으며 달리기에 임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달릴 때마다 나는 왜 달리는가.

자문을 하며 달리지만 언제나 삼박한 결론을 내려 본 적은 없다.

 

양재천은 나의 마라톤 본향이다.

첫 하프마라톤을 양재천에서 시작했고, 그동안 수많은 대회를 양재천을 중심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또한 양재천 주변에서 삼십 년 가까이 살면서 수시로 달리기 연습을 한 곳이기도 하다.

하여 양재천에서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준비를 하면 왠지 마음이 안정되고 좋은 감정이 든다.

 

한 달 여만에 마라톤 멤버들과 양재천에서 연습하기로 약속을 정하고 기일에 마음을 다진다.

때마침 양재천의 명물인 버드나무들이 새싹을 돋우고 향기를 더하니 작은 흥분이 인다.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긴장감은 여느 대회 못지않다.

 

나는 마라톤을 할 때마다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한 번씩 훑어보는 습관이 있다.

오늘 나는 왜 달리는가.

왜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정하게 울타리를 경계 짓는가.

내 생각만이 옳은가.

그렇지 않다는걸 잘 알면서도 왜 그렇게 편협되고 옹졸한 생각을 하는가.

 

나는 결코 나의 생각과 행동이 모두 옳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여태 살아오면서 수많은 과오를 범했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으로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왔다.

나는 얼마만큼의 잘못을 저질렀을까.

아마 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쇤 숫자만큼...

아니 그 이상 많은 오점을 남기며 살아왔다.

온전하게 용서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마라톤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하여 오만과 과오를 하나씩 지워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가능할 수도 있으리라는 작은 믿음이 고맙다.

그래서 다음에 또 마라톤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일    시] 2021년 4월 11일

[거    리] 18km

[시    간] 1 시간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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